매일신문

[시민기자] 거리를 쓸고, 세상을 쓸다…환경미화원 이연숙 씨

"새벽에 나와 아무도 없는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기분이 좋고, 가난하지만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아가니 즐거워요."

대구 달서구 이곡2동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이연숙(41'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씨. 그녀는 가냘픈 체구에 연약해 보이지만 마음씨 착한 환경미화원으로 통한다. 마라톤 마니아이기도 한 그녀는 동호인의 권유를 받아 달서구청 환경미화원시험에 합격해 2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거리를 청소하면서 그녀의 얼굴은 늘 밝기만 하다. 주변 상인들과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등 환경미화원 일에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새벽에 청소를 하다 어떤 분이 길을 묻기에 친절하게 안내해 드렸더니 돈 1천원을 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지갑을 주워 인근 경찰서에 맡겼는데 주인이 찾아가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마라톤에 출전해 꼬박꼬박 모은 상금도 이웃 사랑에 쓰고 있다. 그녀는 각종 마라톤대회에 200여 회 출전해 50여 회 수상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2009년부터 통장을 개설해 마라톤대회 출전 상금을 적립하기 시작한 그녀는 올해 5월 달서구청이 설립한 '달서인재육성재단'에 100만원을 쾌척했다. 아직도 마라톤 상금 통장에는 잔고가 40여만원 남아 있다.

"나와 같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 하는 일 없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장학기금을 기부했어요."

현재 그녀는 남편이 근무하는 성서산단 소재 섬유회사 기숙사에서 자녀 2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녀의 유년시절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11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모시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밥 짓고 빨래까지 도맡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경산 진량에 있는 섬유공장에 입사해 4년간 근무하면서 산업체부설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 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가정형편상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환경미화원 근무와 마라톤을 하면서 학업을 못하는 소외 이웃을 위한 작은 사랑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 신문수 시민기자 sms-5202@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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