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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박서보 전시…17일부터 '갤러리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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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다, 그러다 편안해진다

박서보 작
박서보 작 '묘법'

현대미술가 박서보의 전시가 17일부터 10월 9일까지 갤러리신라에서 열린다. 작가는 올해 대구미술관 전시에 이어 선보이는 전시다.

박서보의 작품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하고 평온해진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작품을 어느 쪽에서 감상하느냐에 따라 풍부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묘법' 연작은 작가의 쉼 없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화면 전체를 균질적으로 보이게 한 작품이다. 무위자연의 행위는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작품과 합일하려는 작가의 의도와 닿아 있다.

물감으로 흠뻑 젖은 한지를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누르고, 상대적으로 밀려나간 한지의 연한 결들을 뭉쳐 선으로 돌출시킨다. 창작 과정에 정신성을 부여하고 꾸준한 자기 연마를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한국 단색화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박서보는 일관된 조형의식 속에서도 다양한 색채 사용으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전개한다. 겹겹이 쌓아올린 섬세하고 풍부한 색감으로 은은하게 발하는 자연의 빛을 표현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색은 일상적이면서 담담하되, 아름답다. 엷은 청색의 '연청자색', 가을 홍시의 투명한 빛을 표현한 '홍시색', 벚꽃 잎이 포개져 발색하는 농담을 보여주는 '벚꽃색', 옥색 한복을 연상시키는 '연청옥색' 등 자연의 색을 담아낸다. 완성된 작품은 외적인 환경과의 조응을 통해 빛의 변화를 품어낸다.

작가는 스스로 '도가적 경험에 의한, 비워내면서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디지털화로 정보가 쏟아지고 사람마저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시대에 작가는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예술가로서 책무를 느낀다. 그래서 '치유의 미술'을 추구한다.

멀리서 보면 일정하고 규격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일정하지 않다. 선의 높이도 조금씩 다르다. 작가는 '예술이 사람들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든이 넘은 요즘에도 하루 14시간 이상 작업을 하는 노 화가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품성이 느껴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 장소에 맞춰 제작한 신작 23점을 선보인다. 053)422-162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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