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등산은 될 것 같다는데, 덩치 더 큰 팔공산은 왜?

국립공원 승격, 대구경북 불붙어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인 '팔공 씨'는 요즘 심사가 뒤틀린다. 광주에 사는 무등산으로부터 최근 '국립공원 승진 가능'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동생뻘(?)인 무등이가 국립공원으로 승진하는데 '나는 뭐야' 하는 생각에 몇 달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내가 누군가. 비록 키는 조금 작지만 덩치나 문화재로 볼 때 지리산'설악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명산이었다. 삼국시대부터 나를 빌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그동안 수많은 왕들이 나와 인연을 맺어 오지 않았나. 갓바위나 동화사'은해사'파계사에서부터 희귀'멸종식물 서식지 등 역사'문화'생태학적 자산도 남부럽지 않다. 그런대 대접은 도립공원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이 이제서야 날 좀 알아보고 '국립공원으로 대접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늦었지만 기특하다. 이제야 어깨를 좀 펴고 살만하다. 그동안 무시되고 방치돼 왔던 설움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국립공원 추진 급물살

이 같은 팔공 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일까. 최근 지역에서는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대접하자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립공원인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 좀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자는 주장이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만한 역사'문화'환경적 가치가 충분하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도 국립공원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범시민적 추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 특히 팔공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대구경북 시도민과 학계, 시민단체가 조만간 국립공원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그동안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었으나 사유지 등의 문제와 개발논리에 밀려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순천 대구시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국립공원 승격을 제안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지펴졌다.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30여 년 만이다.

이후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승격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7월에는 대구등산학교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한 달 후에는 대구시가 경북도에 실무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경북도 역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다음 달 중 구성될 예정이다. 같은 달에는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이 주관하는 대구경북 지역민 대토론회가 열렸고 지난달에는 대구시가 광주를 방문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연말이면 대구경북연구원의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다.

진용환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시 의회 및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국립공원 승격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각계 각층의 의견 수렴 등 행정 업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경북도와 협의하여 실무협의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앞으로 사찰, 상가번영회 등을 대상으로 국립공원 승격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하고 반대 의견 설득을 한 뒤 공청회 개최 및 중앙 정부(환경부)에 국립공원 승격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립공원되면 어떤 대접 받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팔공산은 더 이상 대구경북 시도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자연환경으로서는 국가차원의 최고 예우를 받게 된다. 국가 최고의 자연환경 핵심지역으로 선정되는 것인 만큼 국가가 직접 관리에 나선다. 관리비용은 물론 초기에는 새롭게 단장하고 치장하는 데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자동차 야영장과 오두막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물론 경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대구경북도 덩달아 수준이 업그레이드 된다.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뿐 아니라 당장 수 백억원대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지자체가 관리하던 것을 국가가 관리 책임을 지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연간 수 십억원의 경비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사유재산 행사에는 제한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에 도움이 된다.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팔공산 국립공원화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생산파급효과 2천159억원 ▷소득파급 효과 381억원 ▷부가가치파급 효과 1천8억원 등 연간 총 3천5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천808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순천 대구시의원은 "공원의 지위가 격상되면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도 시민들의 자부심이 커지고 내외국 관광객들 수가 커지게 될 것이다. 특히 팔공산에 수없이 많이 산재한 스토리텔링, 관광 자원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향후 대구경북을 먹여살릴 수 있는 성장엔진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산 넘어 산

팔공산의 국립공원 추진 움직임은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2010년에는 경북도가 경북대에 용역을 의뢰해 잠시 추진했다. 그러나 70%가 넘는 사유지 문제와 대구시와의 공조에 어려움이 많아 포기했다. 사유재산 문제와 지자체 간 이해가 엇갈리는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당시 경북도는 내심 봉화 청량산을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이 어려움은 지금도 그대로다. 사유재산 문제와 대구경북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도립공원 보호 관련법도 국립공원 못지않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팔공산의 난개발은 진행형이다. 팔공산 칠곡쪽 산자락 등에는 모텔 등이 잇따라 들어서 일부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다. 동구청이 난개발을 막기 위해 올들어 대지 전용을 한 건도 내주지 않았지만 농지가 집중된 동구 공산동 일대에는 전용을 해 달라는 민원이 하루 평균 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자치단체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의 경우, 2년 전 경북이 주도할 때는 대구가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이제 대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하자 경북이 뒷짐을 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엇박자는 팔공산이 대구와 경북의 4개 지자체에 걸쳐 분포해 있는 데다 대구자연공원 관리사무소, 경북 도립공원관리사무소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결국, 시'도지사가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공원내 사찰이나 땅주인'상가 주민들의 반발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규제가 이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팔공산 도립공원 부지(12만6천㎢)의 79%가 사유지다. 따라서 땅 매입 요구 등 집단적 대응도 예고되고 있다. 대구시는 국립공원이 되더라도 규제 강도는 도립공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모두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공원 계획이나 허가에 관한 협의, 자연환경의 보전, 기타의 행위 제한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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