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이 판을 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네거리나 지하철역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뒷골목까지 어김없이 울긋불긋한 불법 현수막 천지다. '컬러풀 대구'에서 가장 컬러풀한 것은 현수막과 간판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비록 도심 일부에 국한된 일이지만 산뜻하게 정비된 간판은 대구 이미지와 도시 환경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현수막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내걸린 불법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 정서와 심리에까지 악영향을 준다. 한마디로 공해(公害)다.
선진국의 경우 합법이든 불법이든 도심 거리에서 현수막 자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간판'네온사인의 크기와 개수는 말할 것도 없고 광고'교통 정보 전광판 색깔까지 규제하며 건물 색상도 당국의 허가 없이 함부로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를 디자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이에 반하는 것은 공해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간판과 현수막은 도시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미관 차원을 넘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나아가 문화적'심미적 차원으로까지 승화하려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불법 현수막이 판을 치는데도 대구시가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다면 결코 삼류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컬러풀 대구'를 외쳐본들 무질서하고 구질구질한 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힘든 것이다.
추세가 이런데도 대구시의 경우 불법 현수막 수거 실적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지난해 13만 개의 불법 현수막이 제거됐지만 올해는 20% 더 늘어난 16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1t 트럭 500대가 넘는 분량으로 매일 트럭 2대분의 불법 현수막을 제거해도 계속 내걸리고 있는 셈이다. 수거보상제 도입이나 과태료 인상 등 불법 현수막 근절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서울'부산 등에 비해 대구시는 민원 등을 핑계로 단속 의지도 없고 대책도 주먹구구식이어서 도시 수준 차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시민들이 현수막 공해에서 하루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민신고제와 수거보상제 등 모든 근절책을 동원해서라도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광고주와 광고 대행사의 의식 전환을 유도하고 그래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무거운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조속히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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