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요란한 휴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지나간 일요일(28일), 나는 오전 9시쯤 일어났다. 휴일만큼은 시각에 맞춰 일어나는 대신 몸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게 오래된 버릇이다. 한 주 내내 잠이 부족했을 때는 정오를 지나 일어날 때도 있다. 물론 특별한 일이 있는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일 년 중에 그런 날은 많지 않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안 대청소를 하고, 걸어서 25분쯤 거리에 있는 지인의 텃밭에 가서 가을무와 총각무, 상추를 솎아 왔다. 무 뿌리는 갈무리해 두고, 무청은 썰지 않고 길쭉한 그대로 된장을 심심하게 풀어 국을 끓였다.(내가 한 건 아니다.) 겨울에 무시래기 국을 먹곤 하는데, 말리지 않은 무청을 된장에 풀어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오후에는 이제 막 장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 아들과 한 시간쯤 장기를 두었고, 밤늦도록 책을 읽었다. 일본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가 쓴 책이었는데, 역사적 사실 자체야 전체적으로 아는 내용이었지만, 시바의 시선으로 읽는 인물과 역사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대체로 그렇게 일요일을 쉬어온 덕분에 나는 월요병이란 걸 앓아본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월요일이면 맑은 정신과 상쾌한 몸 덕분에 다른 날보다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해낸다.

'팔자 좋다'고 할 수도 있겠다. 휴일에도 일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나 역시 휴일에도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한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평화로워야 할 휴일을 기어코 요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일요일에 팔공산 단풍 구경을 다녀온 친구는 월요일 아침 피로해 보였다. 대구 수성구 집에서 팔공산 동화사 근처까지 가는 데 1시간 10분, 돌아오는 데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고 했다. 길 막힐 것을 염려해 일찌감치 움직였는데도 그랬단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접촉사고를 낼 뻔했고, 쌩 달려와서는 얌체처럼 좌회전 차로에 끼어든 자동차 때문에 자식 듣는 데서 상욕까지 뱉었다고 했다.

슬슬 걸어서 근처 공원만 가도 단풍은 지천인데. 우리는 휴일이면 자동차를 타고 먼 데로 나가서, 막히는 길 위에서 짜증을 내면서 지친 몸을 더욱 피로하게 만든다. 하루하루가 요란한데 휴일마저 기를 쓰고 요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콧구멍에 바람'이라고 하지만, 꼭 차를 타고 나가야 바람을 쐬는 것은 아니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오늘 법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 대한 구형 결심 공판이 진행 중이며, 특검이 사형 또는 무기형을 구형할 가능성...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9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2026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하여 새롭게 선발된 장학생들과 만났다. 이날 이 사장...
경기 파주에서 60대 남성이 보험설계사 B씨를 자신의 집에서 약 50분간 붙잡아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남성 A씨는 반복적인 보험 가입 권...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