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법 몰라서…" 대구 재능기부하기 어렵다

1. 안모(50·여·경산) 씨는 2007년 프랑스 한 대학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씨는 대학 강의와 논문'서적 번역 등을 하면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언어 봉사를 하기 위해 외국어 통'번역 전문 봉사단에 가입했다. 하지만 안 씨는 여전히 재능나눔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일어·중국어 등에 비해 프랑스어는 나눔을 원하는 수요자가 적기 때문이다. 안 씨는 "언제든지 봉사를 하고 싶지만 수요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2. 최순준(62·여·대구 중구 동산동) 씨는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 활동 수요자를 찾았다. 최 씨는 2년 전 새로운 봉사단을 만들었다. 취약계층에게 음식 나눔 봉사를 하는 '푸드마켓' 활동을 하던 중 최 씨가 우연히 만든 빵을 한 수급자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제빵 기술을 배워 나눔을 실천하기로 한 것. 최 씨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학원에 다니며 제빵 기술을 배웠다. 최 씨는 "배운 기술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재능나눔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여전히 재능나눔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자가 원하는 재능 기부자를 찾기 어렵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재능기부를 못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재능나눔 자원봉사 활동 실태'에 따르면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5만9천39명이다. 이 중 전문직 자원봉사자는 3.7%인 2천179명으로, 전국 평균 4.1%(6만580명)보다 낮다.

(사)대구자원봉사포럼이 최근 대구지역 재능나눔 자원봉사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재능나눔 봉사 활동 참가자의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만족하는 이유로 재능에 대한 기초교육'재교육 등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8.3%를 차지했다. 또 재능나눔 자원봉사 활동의 문제점으로는 '재원확보'(36.3%)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홍보부족'(32.4%), '재능나눔 봉사자에 대한 보호와 사고대책 미비'(3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지역 봉사단체 등 재능나눔 수요기관 관리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재능나눔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응답자들은 '재능나눔 자원봉사 활동 프로그램 개발'(20.8%), '홍보확산'(16.7%), '재원 확보 및 보호 등'(11.1%)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의 48.5%가 '등록 및 활동하는 재능나눔 봉사자 수는 많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응답해 기관'시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능나눔 자원봉사가가 발굴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신규영(20'여) 씨는 "메이크업 전공을 봉사에 활용하고 싶은데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며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도 방법과 절차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곽모(28) 씨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기부자가 지출한 비용이나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있으면 전문직 봉사자의 봉사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원하는 재능의 질적 수준을 충족하는 봉사자를 찾기 위해서는 '재능나눔'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기효 대구자원봉사포럼회장(대구보건대 교수)는 "재능나눔 봉사자가 제시한 시간을 보고 수요자가 봉사자를 선택할 수 있는 '타임뱅크'의 예처럼 전문적 기술을 보유한 재능기부자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재능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부자에게 인정보상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