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행운의 숫자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 중에서)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며 인생을 낭비하다 보면 결국 후회만 남는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죽음이 무섭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그 원인이 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자각하게 되는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죽음은 그다지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기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심기' '심정' '심경'에 대해 알아보자.

'심기'는 마음으로 느끼는 기분으로 "그는 부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심기가 언짢다."로 쓰인다. '심정'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으로 "사업에 실패하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로 활용한다. '심경'은 마음의 상태를 뜻하며 "그의 태도가 아주 달라진 것을 보니 그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보다."로 쓰인다. '심기'는 그때그때 마음으로 느끼는 기분으로 '언짢다' '불편하다' 등과 쓰이며, '심정'은 누구나 평소 가져 보았던 감정으로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심경'은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요즈음은 그리 흔하지 않지만 연탄은 사람들이 먹고 잘 수 있도록 자신의 온몸을 태운다. 그것도 모자라 다 탄 연탄은 으깨져 한겨울 눈이 내리거나 물이 얼어 빙판진 길에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게 뿌려진다. 연탄이 가르쳐주는 지혜는 자신을 태워 남을 뜨겁게 하는 사랑인 것이다. 지금은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지만 호롱불은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자신을 태워 주위를 환히 밝히는 양초도 마찬가지다. 이와는 달리 보석은 상대를 밝혀주기보다 빛이 있는 곳에서 나 홀로 반짝인다. 이처럼 세상에는 빛이 있어야 빛나는 존재, 빛이 없는 곳을 밝혀주는 존재가 있다. 어떤 것이 더 값어치 있는 존재인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긴다.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2013년 계사년(癸巳年) 뱀띠해다. 행운의 숫자라고 불리는 '7'이니 만큼 새해에는 모두가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해본다.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