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사진 유남해'글 주수완/다할미디어 펴냄

탑에 새겨진 자그마한 조각상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이 책은 탑의 조각상들을 유심히 살피고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탑 안에 모셔진 사리를 수호하기 위해 탄생한 탑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금강역사라는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십이지와 사천왕, 때로는 사방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들이 새겨지게 되었다. 이 책은 탑을 수호하는 작은 거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역사를 관통하여 불교의 깨달음을 전해준다.

비천, 사천왕, 인왕상, 가릉빈가 등 다양한 군상들이 맡은 역할을 하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다. 비바람에 쓸려 이제 그 위용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들의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동양미술에는 점잖은 사람들을 옷가지에 꽁꽁 싸매여 표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특이한 사례가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는 금강역사다. 이는 그 강렬한 인상만으로도 사리를 넘보는 사람들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 금강역사는 붓다를 호위하는 존상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불탑에 붓다가 새겨진 경우도 있다. 사실 탑 자체가 붓다이기 때문에 굳이 붓다를 새길 필요가 없었다. 탑에 붓다가 새겨진다는 것은 그만큼 탑이 시각적이고 감각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런 가장 이른 사례는 강원도 양양 진전사지에서 만날 수 있다. 경주에서 머나먼 양양지역에서 경주 양식에 비교해 손색없는 뛰어난 기량을 지닌 조각가가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은 점차 문화가 지방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처럼 경주 장항리사지 동'서 오층석탑, 영양 화천동 삼층석탑,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여주 고달사지 승탑 등 전국의 돌탑을 돌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377쪽, 2만8천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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