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합은 전문성·유능한 인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

'대선 승리 일등공신' 최경환 의원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의원이 1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의원이 17일 '대통합'과 관련 일부에서 제기되는 신정부 구성에서 '대구경북 배제론'에 대해 대통합은 지역을 떠나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경산청도)은 왼쪽 다리에 깁스한 상태였다. 지난해 선거 초반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병원에서 완치를 위해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선거 때 너무 열심히 뛰어서 그런가"라며 웃었다. 근육파열이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향한 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칠 때 최 의원은 비서실장직을 사퇴하고 정중동했다.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그는 "언론 접촉도 사람 접촉도 일절 안 했다"며 "한일의원연맹차 일본 다녀오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일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맹의 총재다. 일문일답.

-지난해 10월 비서실장 사퇴 이후 어떻게 지냈나.

▶당시 지지율과 쇄신 요구를 풀지 않으면 큰 위기가 올 것으로 봤다. 후보도 구하고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사퇴했다. 그 뒤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인 등을 많이 만났다. 전국을 몇 번씩 돌았다. 지식경제부 장관 때부터 그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기 때문인지 반갑게 맞이해 주더라. 우리나라 중산층 대부분이 이분들 아니냐. 제일 큰 중산층이다. 이들이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승리가 어렵다고 봤다. 박 당선인은 항상 중소기업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가교 역할을 많이 했다.

-개국공신, 일등공신 이렇게 표현하는 이가 많다.

▶뭐…다 과장된 이야기다. 정치 인생 9년째인데 7년 동안 음으로 양으로 박 당선인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물론 당선인 본인이 제일 열심히 했다. (당선) 그 자체로 보람으로 생각한다. 내가 할 소명과 도리는 다했다.

-왜 최 의원을 두고 실세, 최측근 등등으로 수식한다고 보는가.

▶이렇다고 본다. 지도자마다 용인술이 다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주변에는 세력이나 인물이 지속적으로 하던(힘을 쓰던) 정치 풍토가 있었다. 박 당선인은 적재적소에, 그 기능에 따라 사람을 쓰는 것이다. 그분이 아무런 직책이 없었을 때에는 공식적으로 누구를 임명할 수 없었잖은가. 우리 같은 사람이 도와드리고 그랬는데 당 대표라든지 후보, 당선인 등 공식 타이틀을 가지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임명됐을 뿐이다. 그분은 일을 중심으로 하지 앞과 뒤에 따로 사람을 두지 않는다. 앞에 따로 (비선 등) 뒤에 따로 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옛날 기준으로 보니 실세이니 하는 것일 뿐, 박 당선인의 용인술은 그런 의미에서 측근이 없다. 지금 일하는 사람이 측근이고 실세다. 우리 같은 사람이나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국면에 어떤 자리에 어떻게 쓸까 생각할 수는 있겠지.

-그간 최 의원을 두고 '추측성' 기사가 많았다.

▶때로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추측성 기사로 음해나 시기가 많아 괴로웠다. 지금까지는 박 당선인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했다. 그것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 논란이 또 논란을 일으킨다. 당선인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속으로 서운한 감정은 많았지만…우스갯소리로 "선거 끝날 때까지 쓸개를 빼서 냉동고에 보관합니다"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논란을 또 일으킨다. 당선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속으로 다 삼켰다.

-최재오 논란은 본인이 분명히 해명했다고 보나.(지난해 4'11총선에서 최 의원이 공천을 좌우했다며 18대 이재오 의원의 이름에 성만 붙인 것)

▶의원총회가 열린 적이 있는데 박 당선인도 앉아 있었다. 제가 나가서 "최경환이 공천 다 줬다는데 공천받은 사람 손 들어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초선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여의도 바닥에서는 화장실 갈 때 조심하고, 모임에 늦지 말라고 했다. 뒤에서 욕한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기면 국회에서도 관련 상임위가 생긴다. 3선이지만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았다.

▶7년 동안 노력해서 청와대로 모시게 됐으니 그 자체로 제 인생에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거나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선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꿈을 접었다. 후반기 되면은, 기회가 되면은 하게 되겠죠. 차분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찾아서 보겠다.(최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장 하마평에 가장 무게감있게 오르내렸다)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될 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사이에서 직접적인 교감이 있었다는데. 지난 이야기니까 해달라.

▶두 분 간에 어떤 대화 오갔는지 알 길이 없지만 느낀 점은 두 분이 서로 교감해 내각에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충분한 교감 하에. 입각 발표가 나기 한두 주 전에 이 대통령이 불러서 "내각에 쓸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박 당선인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한 적 있다.

-사재를 털어 박 당선인을 도와왔다는 이야기가 회자한다. 논 몇 마지기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치판에서 돈 이야기는 터부시돼 있는데…(웃음). 주변에서 활동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돈이 든다. 오랜 기간이었기 때문에 개인 돈을 전혀 안 썼다고 할 수 없겠다.(웃음)

최 의원은 지경부 장관직을 마칠 즈음, 지경부 건물에 있는 방호원과 환경미화원들에게 고급운동화를 한 켤레씩 구입해 선물했다. 스테미너도 필요하다며 장어전문점에서 식사도 함께 했다. 그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