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토다큐] 3살때부터 줄리와 동고동락, 9살 소년 정광민

"삼국지의 관우가 탔던 적토마처럼 '줄리'를 명마로 키우고 싶어요."

6년 전 아버지가 사온 말 '줄리'를 만난 순간부터 말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아홉 살 소년이 있다.

영천시 야사동 삼밭골 승마타운에서 살고 있는 정광민(포은초등학교 2)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3살 때 인연을 맺은 포니(영국산 작은말)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승마장에서 새로운 말들과 처음 만날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는 광민이는 "줄리를 처음 만난 날, 손을 내밀고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고 몸을 쓰다듬어 주었을 때 마치 어린 왕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말 위에 오르는 법부터 고삐 잡는 법, 말을 다루는 요령까지 줄리와 함께 했어요" 라고 했다. 하지만, 줄리한테 카운터 펀치를 맞은 적도 있었다. 4살 때 뒷발로 차여 3m 정도 날아가 2m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또 2년 전에는 줄리가 울타리를 발길질하다 걸려 넘어져 다리가 탈골되는 큰 사고가 있었다. 아버지 정재훈(46'삼밭골 승마타운 대표) 씨는 "보름 동안 사경을 헤맸는데 폐마까지 갈 상황으로 심각했지만, 아들이 소염'진통제 약을 먹이고 다리에 보호밴드를 감아주며 보름 동안 정성껏 돌봐 살려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 줄리와 광민이의 우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정 씨는 야산에 3만3천57㎡(약 1만 평) 규모의 방목장을 비롯한 산악 승마장을 운영하며 포니, 한라마, 더러브렛(경주 퇴역마) 등 30여 마리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말은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과 자기를 해치는 사람을 기억하고 한 번 배운 것은 6개월 동안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사람하고 친근한 말은 평생 반려동물의 정점이다"고 말했다.

현재 줄리는 몸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주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허들 부문에서 1위, 영천 운주산에서 열린 문화관광부장관배 장애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각종 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에 주변 마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줄리를 절대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곳의 말들은 광민이를 볼 때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오전 8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끼 식사를 책임지는 삼밭골 취사반장이기 때문이다.

광민이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말들도 그를 잘 따른다."컴퓨터 게임은 몰라요.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데 저는 말이랑 노는 게 더 좋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초등학교 2학년 꼬마는 벌써 인생의 진로를 정했다. 한국 마사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더 큰 꿈이 또 있다. 그는"10년 후에는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한국인 최초로 승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제 꿈이에요"라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글'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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