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더 필요 없는 혜민 스님이 성도절(음력 12월 8일'불교의 4대 명절로 부처님의 득도일) 기념 대법회 참석차 대구를 찾았다.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대한민국 초특급 강사로, 이미 국가대표급 인물이 된 그를 19일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속세 나이 40세다. 조계종 승려이자, 미국의 대학교수다. 대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클리대 학사-하버드대 석사-프린스턴대 박사 학위를 받은 초절정 '엄친아'다. 현재는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다.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36주간 종합 베스트셀러(교보문고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180만 부나 팔렸다.
'혜민'이라는 젊은 스님의 힐링 말씀에 더해 화려한 스펙이 알려져 대한민국이 들썩인 지 오래다. '지혜롭고(慧) 민첩하라(敏)'며 은사 스님이 지어준 법명처럼 그와의 인터뷰는 지혜롭고도 명쾌했다.
스님은 '유명해도 너무 유명해졌다'는 기자의 첫 인사에 "많은 분이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니 너무 좋습니다.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것은 더 좋습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타가 된 후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의 사랑을 크게 얻었지만 조용하게 수행해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곧 새 학기 강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올해 5월 말이나 6월 초쯤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고 했다.
그는 가족관계를 묻는 질문에 장남이라고만 했다. '학력도 변변치 않은' 어머니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혜민 스님은 그것을 '무관심한 관심'이라고 했다. "자식에 대한 집착도 뭘 하라는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며, 출가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교육철학은 지금 생각해도 큰 감명을 받게 됩니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의 혜민 스님 신드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의아하기도 합니다. 저서가 곧 20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고, 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며 자신에 대한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 2011년 서울대 규장각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청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 진솔한 마음으로 쓴 책이 아마도 국민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갔다고 여깁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의 화려한 학력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가 본질적인 부분 외에 크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학력은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 학력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혼자 있을 때, 못난 모습에 더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명문대를 나와도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고 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합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학벌만으로 자신을 만족시키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제 본질은 내실(內實)입니다"고 덧붙였다.
엉뚱하게도 별명에 대해 물어보았다. 별명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이름을 잘못 듣고, '해님 스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게 부담스러운지 스님은 "굳이 별명을 만들라면 '동네 스님'으로 해달라고 했다. 콤플렉스(Complex)는 작은 키(171㎝)라는 말도 했다. 또 누군가 부탁을 하면, 딱 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해 간혹 스스로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는 속인과도 같은 고민도 이야기했다.
혜민 스님은 이젠 영어로 된 책도 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속에 '혜민'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마음치유 콘서트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국투어를 마쳤는데, 올여름부터는 젊은이들을 위주로 한 여름 마음치유 캠프(템플스테이와 함께)를 열고 싶고 대구에도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찾겠다고 인사를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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