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 중 '무어의 법칙'이 있다. 메모리의 용량이나 CPU의 속도가 약 1.5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현대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이 법칙과 같이 일정 공간에 얼마나 많은 소자를 넣을 수 있느냐는 고집적화 기술로 평가되고 있으며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는 원천적인 또는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그 발전 속도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 즉 나노미터(㎚) 크기에서도 동작이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한 가지 예가 자기조립법 기반의 바텀업 공정 방식인 '분자 전자소자'(molecular electronics) 기술이다. 이는 특정한 전자소자의 기능을 가진 단일 유기 분자 또는 분자 박막으로 이뤄진 분자소자의 현상을 탐구하고 기술로 개발하는 연구 분야. 특히 분자의 크기가 수㎚ 미만으로 매우 작아 분자 전자소자는 전자소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소자에 해당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탁희 교수 연구팀은 이처럼 매우 작은 분자로 이뤄진 전자소자를 제작하고, 이 분자소자의 전기적 특성과 구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트랜지스터, 메모리, 논리회로 등 다양한 전자소자 요소들이 분자 크기로 극소형화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현상, 그리고 그 현상이 동작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것이 핵심 연구 분야. 이뿐만 아니라 분자의 집합체로 볼 수 있는 폴리머를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 등 유기물 기반의 전자소자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나노과학 기술 시대다. 일상생활에 나노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나노 공정을 이용한 메모리 반도체가 이미 양산 중이다. 반도체 기술은 현대의 산업 발전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는 나노과학 기술이 더욱 더 인류 문명의 성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나노과학 기술의 역사, 나노 구조의 제작, 측정 분석 및 응용 기술 등 나노과학 기술 전반에 대해 살펴본다.
또 강연에서 소개할 것은 분자 전자소자 기술이다. 이는 유기 분자를 전자소자의 핵심 소재로 사용한다는 개념.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현재까지 단일 분자나 분자 박막으로 이뤄진 분자 전선, 분자 다이오드, 분자 스위칭, 분자 메모리 소자 등 다양한 분자 전자소자들이 실험적으로 시도돼 왔다.
2007년에는 미국 휴렛 패커드 연구소에서 160KB(킬로바이트) 분자 메모리 소자를 제작했다. 이는 1㎠ 영역 안에 100GB(기가바이트)의 기억소자 셀을 포함하는 정도의 고집적도에 해당한다. 고집적화에 대한 가능성은 전자소자가 직면하고 있는 물리적인 한계와 경제적 제약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분자 전자소자는 사용되는 분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분자 양쪽에 전극을 부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분자 전자소자의 수율이 매우 낮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폴리머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유기물 기반의 전자소자는 사용되는 폴리머층의 크기(두께)가 100㎚ 정도로 충분히 두꺼워 소자의 제작이 보다 쉽고 안정성도 뛰어나다. 폴리머 유기물을 이용하면 비휘발성 메모리 전자소자 개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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