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선임에 이어 이달 24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될 때만 해도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장애인들에게 '살아있는 신화'였다. 소아마비를 딛고 최연소 판사에 임용돼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삶을 산 '사회적 약자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박 당선인도 그를 초대 총리로 지명하면서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장애 극복 드라마는 닷새 만인 29일 종영됐다. 역대 정부의 조각(組閣)을 강타했던 인사 검증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도 전에 검증의 파고를 넘지 못한 것이다.
김 후보자를 낙마(落馬)시킨 걸림돌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 ▷재조(在曹) 시절 판결 등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도 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 때문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이 가운데에서도 각종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가 김 후보자의 사퇴를 앞당긴 결정적인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부문과 재조 시절 판결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김 후보자가 해명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김 후보자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아들 병역문제 등에 대해서는 해명에 자신이 있다는 투로 얘기를 했다"면서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면서 사퇴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주 들어 김 후보자와 그의 가족이 소유했거나 소유한 부동산이 10여 군데에 달하고 대부분 투기성이 짙다는 의혹이 날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됐다. 두 아들 명의로 된 서초동 땅 및 건물에 대해선 모친이 1975년 손자들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소유자가 김 후보자였다는 보도가 나왔고, 편법증여, 개발정보 활용, 세금 회피 및 탈루 등의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장남 명의로 된 경기 안성의 임야 2만여 평도 모친의 증여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둘러보고 법원 서기와 함께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후보자가 관련 자료 확보로는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사퇴를 결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의혹 중에 불법이나 탈법을 저지른 사실이 발견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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