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한 감동을 겸해야 커피 맛에도 진한 여운

톡톡 튀는 테마로 차별화, 카페는 진화중

대구 중구 대봉동 청운맨션 맞은편 골목에 있는
대구 중구 대봉동 청운맨션 맞은편 골목에 있는 '모가'는 한옥을 개조해 조성한 곳으로 한국 전통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동성로 카페골목에 있는
동성로 카페골목에 있는 '조앤조'. 각종 공연티켓 할인권을 비치해 놓았다.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있는 플라워 카페인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있는 플라워 카페인 '사과나무'.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있는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

차 한잔의 여유.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삶의 활력소이자 쉼표다. 그러나 찍어낸 듯한 모습의 카페에 시들해지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 카페들이 진화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저 분위기 있게 차나 마시는 공간이란 건 옛말. 다양하고 독특하면서도 톡톡 튀는 테마로 발길을 잡는 카페가 늘고 있다. 이들 공간은 다양한 테마와 이야기로 바쁜 현대인에게 쉼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찍어주고 있다. 은은하게 퍼져나는 커피향을 맡으며 쉼과 예술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이 함께하는 멀티카페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초입에 위치한 카페 '사과나무'. 산뜻한 인테리어에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꽃향기가 감돌고 있다. 허브와 꽃향기에 이끌려 카페로 들어가면 카페 입구에 자리 잡은 각종 허브와 꽃을 볼 수 있다. 카페와 꽃집이 한곳에 위치하고 있다. 직원 이현진 씨는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거리답게 꽃 수요가 다른 곳에 비해 많다. 차를 마시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기억해내고 꽃을 사가는 손님들도 많다"고 했다. 1일부터 2주일간 공예품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곳 주인은 "커피숍이 보통 서구적인 인테리어를 하는데 동양적인 멋을 추가하고 싶어 공예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했다.

'사과나무'처럼 편안한 휴식은 물론 꽃이나 공예품 전시, 미술품 등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페+전시관' 형태나 카페와 아이스크림'베이커리 전문점을 결합한 형태의 멀티 카페들이 늘고 있다. 동성로 카페골목에 있는 '류' 카페은 커피 역사관이라 할 만하다. 커피머신이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는데다 커피잔 등도 함께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카페 입구에는 주인 류지덕 씨가 직접 커피를 볶고 추출하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중구 서성로 있는 매일신문사 건물 1층에 있는 '커피명가'에 가면 연중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CU 갤러리'에서 동'서양화를 비롯해 판화'공예'조소 등의 미술 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의 미를 차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성업 중이다. 중구 대봉동 청운맨션 맞은편 골목에 있는 '모가'는 한옥을 개조해 꾸민 카페. 2년 전 들어선 이곳에는 곡선의 우아한 멋을 드러내는 기와와 처마, 나무로 만든 문살이 시선을 끈다. 예스럽고 고즈넉한 한옥에서 커피는 물론 호박죽, 케이크를 즐길 수 있다.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배우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수제 케이크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 메뉴를 골라서 레시피를 공개하고 시연하는 원 데이 수업도 수시로 실시한다.

청도에 가면 식물원 가운데 들어선 카페도 있다. 청도 화양읍 화양농협 인근에 있는 '꽃자리'는 '꽃밭에서 노닐다'라는 이름의 식물원에 한옥 카페를 열어 화려하면서도 아늑한 운치를 풍긴다. 카페를 열 목적으로 지은 것은 아니다. 식물원을 만들고 싶다는 주인의 꿈에서 이 카페는 시작됐다.

◆맞춤형 카페

동물 애호가나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카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맞은편 골목에 있는 'dog vs cat'은 40여 마리의 개, 고양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카페다. 입장료 8천원이면 차와 커피를 마시고 온종일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3층에는 고양이, 4층에는 강아지들의 공간이다. 고양이는 이곳 사장 전동훈 씨가 손님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기 위해 특별히 영입한 '모델'이다. 동물애호가인 전 씨는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녀들과 함께 찾는 경우가 많다. 음식이나 음료보다는 카메라를 꺼내 고양이, 개와 사진찍기에 관심이 더 많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는 매주 한 차례 청각장애인들을 초청해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카페의 원조는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있는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 7년 전 문을 연 이곳에는 고양이 13마리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단골들로부터 '고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이기욱 사장은 "깜찍하고 귀여운 고양이들 덕분에 가게 홍보가 저절로 되고 있다. 주말마다 고양이를 보거나 같이 놀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물애호가들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카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수성구의 '니코', 대명동의 '커피 마시는 강아지' 등 대구에만 10여 곳이 성업중이다.

유아나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카페'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북구 동천동의 '코코랜드', 수성구의 '리틀베어' 등 지역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카페는 놀이터는 물론 음식점과 체험교실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젊은 주부들 사이에 큰 인기다.

1인용 카페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기존 카페들은 여럿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있어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러나 '혼자 노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1인용 카페가 등장하고 있다. 서문시장 내 '카페트리', 동성로의 '카페 본' 등은 1인용 테이블을 갖추고 나 홀로 족을 맞고 있다.

◆늘어나는 '착한 카페'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착한 가격'에 맛있는 메뉴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착한 카페'도 늘고 있다.

중구 동성로의 '봉다리' 등 일부 카페들은 2천원대 커피를 내놓고 있다. 인근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4천~5천원대 커피를 3천원대로 할인 판매하고 있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카페들도 '착한 행렬'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중구 서성로에 있는 '이스트 힐'은 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카페. 이곳은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등을 1천원대에 맛볼 수 있다. 인근 서현교회 내 'GNI'와 북구청 인근의 교회 내 카페도 1천원대의 음료와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이스트 힐'의 단골인 황진복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과 교수는 "4천~5천원 하는 커피값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곳에서는 1천원대면 똑같은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기업체가 직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 남구 대명동 대구시설관리공단 빌딩 1층의 한 카페.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르지 않은 산뜻한 인테리어에 감미로운 커피향이 배인 곳이다. 이 건물에 입주한 온라인광고대행업체 ㈜희일커뮤니케이션(대표 박재현)이 운영하는 카페이다. 간판도 없고 이름도 없다. 이곳에선 모든 음료의 가격이 300원으로 80여 명의 직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직원 박재억 씨는 "일을 하다 보면 기분이 처질 때도 있는데 카페에서 동료들과 차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면 피로가 가신다. 타 부서 직원들과의 교류도 활성화돼 부서 간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찾는 외부인들도 많다고 한다.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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