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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띠·수통·야전삽… 명소가 된 대구 교동 '양키 골목'

28일 오후 대구 중구 교동 양키 골목에서는 다양한 밀리터리 생활용품을 접할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 독수리마크가 새겨진 항공점퍼와 일명 깔깔이(군용 방한 내피) 등 다양한 방한용품이 가게마다 맨 앞에 진열돼 있었다. 배낭과 천막 등 튼튼해서 인기가 많다는 각종 군용캠핑용품도 진열돼 있었다. 여기까지는 일상생활에서 민간인들이 충분히 쓸 수 있는 것들. 하지만 탄띠'수통'야전삽 등 군대 바깥에서 쓸 일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것들도 판매 중이었다. 한 가게 주인은 "탄띠는 공사 현장에서 다양한 공구를 허리에 장착하기 좋아 구입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휴가를 나온듯한 한 군인은 한 가게에서 군모와 예비군 마크를 구입했다. 그는 "곧 전역을 앞두고 있어 기념으로 군모를 멋지게 꾸미고 싶은데 군대에서 보급받은 것보다 이곳에서 파는 '사제'가 디자인이 더 멋지다"고 했다.

전자 골목'보석 골목'먹자 골목과 함께 양키 골목은 교동을 대표하는 명소다.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한국전쟁 때 대구에 몰려든 피란민들이 난전을 펼쳤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군수품이 거래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품질 좋고 희귀한 '미제'를 구할 수 있어 '도깨비 시장'으로 불렸다. 1970, 8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8곳 정도의 군용품 전문 가게가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다. 그래도 최근 밀리터리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타지에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찾아 보물 찾기를 한단다.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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