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혈뇨와 방광암

분홍색 오줌 누다고요? 방광에 이상 있다는 신호

방광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치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다. 하지만 늦으면 방광과 주변 장기를 모두 잘라내야 하는 큰 수술이 필요하고 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는다.
방광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치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다. 하지만 늦으면 방광과 주변 장기를 모두 잘라내야 하는 큰 수술이 필요하고 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는다.

혈뇨란 소변에 적혈구가 섞여나오는 것이다. 적혈구가 소변에 많이 있으면 소변 색깔이 선홍색이나 분홍색, 심지어 콜라 색깔로 나올 수도 있다. 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혈뇨가 있는가 하면 적혈구량이 적어서 얼핏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양의 적혈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엔 현미경을 통해 혈뇨를 확인할 수 있다.

◆방광암, 남성암 중에 7위

혈뇨가 생길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하다. 심한 운동이나 육체적 피로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져 일시적으로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요로 감염 ▷콩팥을 비롯한 요로계 결석 ▷콩팥이나 요로 및 방광 등 요로계에 암이 있는 경우 혈뇨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콩팥부터 요도까지 어느 부위든지 외상에 의한 손상으로 혈뇨가 생길 수 있다. 헤파린이나 와파린, 아스피린 계열의 약들처럼 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혈뇨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요로감염, 요로결석, 요로손상 때문에 생긴 혈뇨는 흔히 통증도 함께 오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비교적 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 문제는 통증이 없거나 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다. 방광암, 신우암, 요관암 및 신암(신장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제때 치료할 시기를 놓쳐서 병을 키우고 심각한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방광암은 차칫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방광암은 소변을 저장하는 풍선처럼 둥근 장기인 방광에서 비정상세포가 성장하는 것이다. 방광 안쪽의 상피세포에서 처음 시작된다.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도가 3, 4배 높다. 그렇다고 해서 30, 40대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 통계를 보면 남성암 중에서 7위, 여성암 중에서 12위 정도의 발생률을 보인다.

서로 다른 세포 모양을 지닌 3가지 종류가 있다. 전체의 약 90%가 이행세포암이고, 나머지는 편평세포암(6~8%)이나 선암(2%)이다. 원인은 일부만 알려져 있다. 이행세포암의 경우, 담배연기나 주변의 화학물질 등 발암물질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4배 더 많이 방광암에 걸린다.

◆한 번이라도 혈뇨 있으면 검사받아야

주된 첫 번째 증상은 혈뇨다. 특히 통증 없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혈뇨가 주로 나타난다. 방광암 환자 중 80~90%에게 나타나는 첫 증상으로,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소변이 한눈에 봐도 붉은색일 수도 있고, 콜라색이나 뭉친 핏덩어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비뇨기과 김재수 과장은 "특별한 증상 없이 혈뇨가 한 번 나왔다가 다시 없어지면 대개 '괜찮겠지'하며 그냥 무시하게 된다"며 "하지만 한 번이라도 혈뇨가 있었다면 원인을 찾아보기 위한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암이 상당히 진행돼서 출혈이 많아지면 소변을 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고, 소변이 나오는 요로가 막힐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진행되면 옆구리에 통증이 오고, 다리가 부으며, 골반 쪽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혈뇨가 있어서 병원을 찾으면 먼저 세밀한 상담을 통해 요로감염이나 결석 등 다른 원인이 없는 지 확인한다. 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면 방광암이나 요로계 암에 대한 검사를 한다.

방광경 검사는 의사가 요도(소변이 나오는 입구)를 통해 방광 내시경을 집어넣어 방광 안쪽을 관찰하는 것이다. 방광암 진단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검사다.

예전에는 쇠로 만든 딱딱한 방광경을 주로 사용하는 탓에 통증도 심하고 출혈도 있었다. 요즘에선 부드럽고 쉽게 구부러지는 굴곡형 방광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

소변에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하는 요세포 검사도 있다. 간편하지만 초기 암이라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후 암이 얼마나 진행됐고 어디로 전이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도 한다.

◆진행암인 경우, 방광 잘라내고 합병증도

홍순화(59'가명) 씨는 소변에 피가 섞여나오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내시경으로 방광 안을 검사했더니 1.5㎝ 크기의 작은 혹이 보였다. 아직 주위 조직으로 퍼지지는 않았다. 암 덩어리와 주변 조직 일부를 잘라낸 뒤 지금까지 1년 넘게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다행히 재발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일상생활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홍 씨처럼 초기 암인 경우, 방광 안쪽에서 볼 때 가장 바깥층에만 암세포가 침범한 상태다. 전체 방광암의 70~80%를 차지한다. 이런 경우 '경요도방광암 절제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방광 내시경과 비슷한 기구의 끝에 붙은 전기 칼로 암과 그 주변부를 잘라내는 방법이다. 배를 절개할 필요가 없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 후 일상생활에도 큰 제약이 없다.

그러나 초기 암이라도 재발률이 60~70%에 이르고, 20~30%에서는 더 나쁜 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홍 씨와는 달리 전인식(가명'60) 씨는 혈뇨를 방치하다가 대수술을 받았다. 병원을 찾기 1년 전쯤 소변에 피가 비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쁘다는 이유로 이후에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혈뇨와 함께 소변을 볼 때마다 통증이 찾아왔고, 왼쪽 옆구리도 너무 아팠다. 진단 결과 암이 상당히 진행됐다. 방광 전체뿐 아니라 왼쪽 콩팥, 요관까지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고, 몇 달 동안 항암치료도 받아야 했다.

전 씨의 경우는 암세포가 방광의 점막하층을 넘어 근육이나 지방층까지 침범했다. 주변부만 잘라내는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결국 배를 절개하거나 복강경 또는 로봇 수술을 통해 방광을 통째로 잘라내야 한다. 아울러 남자는 전립선과 정낭까지 잘라내고, 여자는 자궁까지 잘라내야 한다. 경요도방광암절제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수술이다.

이후 방광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방광도 만들어야 한다. 흔히 장의 일부를 잘라서 만든다. 정상 방광이 없기 때문에 소변을 보기도 힘들고,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움말 = 대구파티마병원 비뇨기과 김재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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