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CTV 없는 노상주차장…차량 피해 '눈 먼 감시'

대구 공영노외주차장 134곳 중 69곳 없어…사고 당해도 보상 못받아

지난달 26일 대구 동구의 한 공영노외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놨던 정모(35'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주차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자신의 차 앞쪽 펜더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주차하다가 자신의 차를 박고 도망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 씨는 누가 사고를 냈는지 알아내기 위해 주차장 관리원에게 물어봤지만 관리원은 "모른다"고 답했다. 정 씨는 "그렇다면 주차장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관리원에게 따졌지만, 관리원은 "CC(폐쇄회로)TV가 없으니 차를 누가 박았는지 알 수 없고, 우리가 보험을 든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차를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돈을 내고 주차장을 이용하는 건데, 이런 사고에 주차장이 수수방관하면 도대체 이 사고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되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내 전통시장이나 주택가 주변 공터에 조성된 공영노외주차장이 CCTV를 설치하지 않아 주차 중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를 확인할 수가 없어 불만이 높다.

공영노외주차장 민간위탁 운영자 중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곳에서 사고를 당하면 보상받기가 더 어려워져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대구시설관리공단과 대구시내 7개 구청에 따르면 대구시내 공영노외주차장 134곳 중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69곳으로 전체의 51.5%에 달했다. 시설관리공단과 각 구청은 예산 부족과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로 CCTV 설치를 꺼리고 있다. 달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노외주차장 주차면 수가 20면 안팎으로 얼마 되지 않고 사방으로 트인 곳이다 보니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공영주차장 관리인은 "굳이 CCTV가 없어도 관리인이 계속 감시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충분히 증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CCTV가 지하주차장이나 건물식 주차장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비이지만 공터에 마련된 노외주차장의 경우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설치율은 더 낮아진다.

이처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차해 놓은 차량을 박고 그대로 도주해 버리면 범인을 찾을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한모(51'대구 서구 중리동) 씨는 "앞산 등산을 하려고 차를 대덕식당 맞은편 무료 공영노외주차장에 잠깐 세워놨는데 산에서 내려와 보니 왼쪽 문이 심하게 긁혀 있었다"며 "사방을 둘러봐도 사고 목격자도 CCTV도 없어 누가 긁고 갔는지 알 수 없어 짜증만 났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없는 주차장에서 난 사고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목격자를 찾거나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구해 가해자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만약 공영노외주차장 민간위탁 운영자가 책임보험을 들지 않았으면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자동차보험회사의 한 관계자는 "운전자가 자기차량손해보험에 가입됐다면 보험사가 사고처리 후 주차장 측에 사고처리 및 수리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운전자 본인 비용으로 수리 후 주차장에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차장법에 주차장관리인이 보상을 해야 하는 경우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을 경우'로 애매하게 정의하고 있어 법령 해석을 할 때 분쟁의 소지도 있다.

대구시내 한 구청의 주차장 담당자는 "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공공시설물에서 사고가 나면 공공기관이 책임을 지지만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처리 및 보상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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