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安家'safe house)는 법조계에서 재판 때까지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숨겨 두던 비밀 장소를 말한다. 정보 계통에선 안가를 망명자 등을 안전하게 숨겨 두기 위한 은닉 장소로 사용한다. 안가의 존재는 소수의 한정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비밀로 지켜져 왔다.
미국에선 19세기 흑인 노예들의 도피를 돕기 위해 사용되던 은신처를 안가라 불렀다. 노예 제도에 반대하던 백인들이 노예제가 실시되던 남부에서 북부나 캐나다, 멕시코 등 노예제가 폐지되었거나 없던 지역으로 노예를 도피시킬 때 안가를 사용했다. 흑인 노예의 탈출을 돕기 위한 안가들이 점점이 이어져 철도망처럼 연결되었다 해서 이 안가들의 연결망은 지하 철로(Undergro und Railroad)로 불렸다. 역사 학자들은 1850, 60년대 안가를 이용해 북부지역으로 탈출, 자유를 얻은 흑인 노예들의 수를 3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에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을 곳이 필요한 유대인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안가를 제공했다. 안가는 포로들이 독일군을 피해 숨어 지낼 수 있는 피란처이기도 했다. 안네의 일기로 잘 알려진 안네 프랑크의 일가족들이 오랜 기간 숨어 지냈던 곳도 안가였다.
우리나라에서 안가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1960년대 군부독재 시절 권력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곳도 궁정동 안가였다. 이후 이어진 군사정권 시절 안가는 권력층의 안식처였다.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이곳에서 불법 자금 수수가 횡행하고 관계 기관 시국 대책회의가 수시로 열렸다. 안가란 독재의 산물이자 밀실 정치의 상징처럼 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삼청동 안가에서 잇단 회동을 가진다고 해서 화제다. 박 당선인의 안가 회동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안가가 가졌던 비밀주의, 폐쇄성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안가에서 지역 의원들과 회동을 갖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여기서 회동을 갖는 이유가 비밀주의 때문이 아니라 경호상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시도로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안가가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면 다행이다. 물론 그리되면 안가는 더 이상 안가가 아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