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비서실장 고언(苦言)까지 전달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비서실장으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을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허태열 전 의원은 당선인 곁에서 세(勢)의 유불리나 정치공학적 손익을 따지지 않고 항상 같은 길을 걸어온 본박(本朴, 본래부터 친박근혜)의 중심인물이다.

중진 의원 출신인 허 비서실장 내정자는 정치권과 행정을 두루 잘 아는 '정무형'이어서 행정과 대통령 간에 가교를 잘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허 내정자는 1970, 80년대 11년간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충북도지사를 지내는 등 행정 경험도 풍부한데다 당선인과 의정 활동을 같이 하는 동안에는 당대표와 사무총장으로 찰떡 호흡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박근혜 당선인과의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안정적이다.

박 당선인의 눈빛만 봐도 무얼 말하는지 알아차릴 정도이기에 안정감은 높지만, 역설적으로 그 그늘도 깊을 수 있다. 과거 한국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섹스프리 관광을 언급한 사실이나 지역구가 부산인 점으로 인해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가덕도를 밀었던 이력은 우려스럽다. 참신성이나 통합성 그리고 중립성은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번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인사를 총괄적으로 돕는 인사위원장 자리를 겸하도록 되어 있어 역대 어느 비서실장보다 역할과 권한이 커졌다. 그런 비서실장이 어느 지역으로 기울어진 견해를 전달한다면 반발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허 내정자는 대통령에게 안정을 넘어서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들려주는 전달자 역할이 필요하다. 상명(上命)을 받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때론 반대파들의 직언이나 고언도 과감하게 전하는 비서실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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