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은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로 대선에서 승기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박 당선인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제시한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 중 첫 번째로 꼽은 약속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는 선거에서 재미 좀 보려고 급조된 공약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는 박 당선인 스스로 '한 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정치 신조를 깨는 것이기도 하다.
더 심각한 것은 약속 위반의 차원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동반 성장과 상생에 대한 서민의 간구(懇求)는 이를 잘 보여준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그렇게 큰 반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민주화가 뒷전으로 밀려난 이유는 상황 논리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상호 배제적인 개념으로 보는 단세포적 사고의 소산이다. 이는 성장과 분배는 선순환할 수 없다는 편견에 불과하다. 분배 확대 요구가 나올 때마다 재벌이 자기 보호를 위해 구사해온 선동이기도 하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세계 수위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는 망해도 벌써 망했어야 한다.
경제민주화 경시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개발연대'식 발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성장은 분명 중요하다. 성장이 돼야 일자리도 생긴다. 하지만 성장 일변도로 가서는 국민경제를 허리가 빈약한 약골로 만들 뿐이다. 경제민주화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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