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한 보따리 더 주워야 합니다."
대구시 수성구 어린이회관 뒷산 범어공원에서 매일 쓰레기를 줍는 김동원(80'대구 황금동)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한 봉투 주워담아 내려오면서 던진 한마디다.
할아버지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에서 범어공원에 올라 쓰레기를 줍고 있다. 벌써 20년째다. 처음 범어공원에 올라 벤치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니 곳곳에 담배꽁초, 과자 봉지, 음료수 캔들이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 얼굴에는 하나같이 쓰레기로 인해 불쾌한 표정이었지만 줍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먼저 용기를 내어 쓰레기를 주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쓰레기 줍는 일이 쑥스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산을 지킨다는 마음에서 이젠 즐거운 소일거리가 됐다.
"하루라도 범어공원을 거르는 날은 기분이 찝찝해서 안 돼요."
할아버지는 하루에 딱 한 봉지씩 쓰레기를 줍는다. 비 오는 날은 물론 눈이 많이 와 산이 눈 속에 덮인 날에도 빼먹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낙엽 속에 있는 음료수 병을 꺼내어 큰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뻐했다.
"쓰레기를 줍는 손은 더러워질지 모르지만 마음은 깨끗해져요. 손은 집에 가서 씻으면 되지요."
할아버지는 범어공원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또 다른 즐거움도 많다. 2년 전 초등학생이 어머니와 같이 범어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고 흐뭇하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지만 참 교육을 실천하는 과제라고 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수고 합니다"하는 그 한 마디에 힘은 절로 난단다.
"한 번은 모르는 사람에게서 수성구청장실로 나오라고 전화가 와서 영문도 모르고 갔는데 상품을 받고 칭찬도 받았어요."
사진 한 장을 찍기도 부끄러워하는 할아버지는 "두 다리가 움직일 수 있는 한 범어공원 쓰레기 줍기를 계속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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