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최근 '창조경제'라는 생소한 말이 회자됐다. 창조경제란 국민들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자발적인 경제 공동체를 구성,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주자는 것. 일각에선 창조경제가 국민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해석했다. 창조경제의 뜻에 대한 논란이야 어쨌든, 이처럼 새마을운동은 글로벌시대에 와서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재해석과 변용을 통해 오히려 갈수록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이제는 새마을정신 2.0
새마을운동의 '전도사' 최외출 영남대 교수는 '새마을정신 2.0'을 창안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을 학문 차원에서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그가 말하는 새마을정신 2.0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에 '나눔 봉사 창조'를 더한 개념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국민의식의 개혁이자, 다른 나라와 공존'공영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신. 한마디로 새로운 시대정신이다. 최 교수는 "이제는 새마을운동이 '지구촌과 더불어 잘살자'는 방향으로 넓게 펼쳐져야 한다. 특히 나눔과 봉사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새마을정신 2.0은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초하고 있다. 박승우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은 "새마을정신 2.0은 공동체 회복을 통한 복지'사회통합'사회안전망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가 빈발하고 경쟁적시장경제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는 시점에서 정신적 구심점이 없으면 국가가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구심점이야말로 새마을정신 2.0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나눔, 봉사, 창조를 통해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라는 높은 가치를 달성하자는 것이 새마을정신 2.0의 핵심코드"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새마을정신 2.0은 정부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방역작업을 해도 광우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 새마을운동 조직과 같은 자발적 조직이 마을 곳곳에 활성화됐더라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새마을정신 2.0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뉴 새마을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안으로는 선진화를 향한 의식개혁 차원의 국민운동이자, 밖으로는 세계 인류 공동발전에 기여하는 글로벌 운동을 뉴 새마을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친환경'에너지절약을 위한 녹색생활 실천 ▷국격을 높이는 스마트 코리아 ▷행복공동체를 위한 해피코리아 운동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코리아운동 등 4가지 실천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박 원장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50년을 살아갈 청사진을 5년 이내에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국민에 친숙한 새마을정신이 그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정신, 또 하나의 한류(韓流)
라오스에서 공기업 진흥국 공무원이었던 상반(34) 씨. 그는 지난 1년 동안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서 새마을운동을 공부했다. "새마을운동의 이론과 실천에 대해 박정희스쿨에서 배웠습니다. 이걸 토대로 귀국하면 직접 NGO와 함께 '라오스식' 새마을운동을 펼쳐볼 계획입니다."
새마을운동은 이미 또 하나의 한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모델을 배우고 싶어하는 개도국, 저개발국 인재들을 한국으로 초청, 새마을운동을 교육시키고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1년 6개월이라는 장기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영남대는 이 대학원과 함께 '새마을장학회' '박정희리더십연구원' 등을 운영하며 1970년대부터 새마을운동을 대학의 브랜드 중 하나로 키워왔다. 박승우 원장은 "역사, 지역적 연고, 지역민들의 관심을 생각하면 영남대야말로 새마을운동의 메카"라며 "이제부터는 과거의 운동을 재현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마을운동을 세계의 다른 의식개혁운동과 비교'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체계화된 철학, 학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최외출 교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묻는 한국의 성장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지도자의 철학과 리더십 ▷국민의 공감대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공무원과 기업인의 노력이다. 그는 "새마을운동을 배워간 외국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은 자국 경제개발 때 한국과의 교류를 더 늘리고 한국 제품을 더 쓰게 된다"며 "이처럼 새마을운동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을 통한 경제 한류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