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5년 임기 1천826일 가운데 겨우 사흘째다.
자신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2%에 속하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에 속하든 지금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하고 응원하고 있을 타이밍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면 '국민' 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곧 정권 탈환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바라는 야권 인사가 있다면 더더욱 나라를 맡길 수 없다. 5년 뒤에라도 절대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희망 사항'까지 포함해 70% 이상의 국민들이 새 정부가 잘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건배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윤선달 씨는 최근 대통령의 이름 '박근혜'로 멋진 건배사를 만들었다. '박', 박수소리 절로 나고. '근', 근심 걱정 사라지는. '혜', 혜택받은 대한민국. 지금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일 게다.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믿고 싶을 것이다.
이런 때에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확 깨는' 소리를 하는 게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맹자'(孟子)의 맨 앞부분을 보자. 양혜왕(梁惠王)이 자신을 찾아온 맹자를 만나 "이 나라에 어떤 이익을 가지고 왔느냐?"고 묻자 맹자는 "하필 이로움(利)을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라고 했다. 인의(仁義)가 먼저지 이(利)가 먼저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어찌 그 뜻을 모를까. 새 정부의 성공을 마음속으로 기원할 뿐, 소집단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게 맹자님의 말씀에 부합하는 것일 게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취임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을 향해, 맹자도 말하기를 꺼린 '이'(利)를 먼저 입에 담지 않을 수 없음을 헤아려 달라.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탓을 해도 할 수 없다. 수십 년간 서울에 당하기만 해 온 지방의 상대적 열패감 때문이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등의 구호가 난무했지만 대한민국 60여 년의 역사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 해소에서만큼은 '백약이 무효'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력도, 돈도, 사람도 모두 서울로 서울로 향했을 뿐 'U턴'이라고는 없었다. 있었다면 '우는 아이에게 던져주는 사탕'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일을 수십 년간 봐왔다. 그렇게 지방은 참아 왔다.
이제는 아니다. 한계점을 넘어섰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를 넘어 악화로 더욱더 치닫는다면, 결국 지방 사람들은 서울에 비해 2등 국민, 하류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 된 것을 애써 아니라고 부인해 왔는지도 모른다. 만연한 경제 불평등과 기회의 불균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돼 계층 이동이 거의 봉쇄되고 사회의 불안정성만 키운 것처럼 말이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삼 뿌리와 무 뿌리의 차별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게 서울과 지방의 차이에서 오는 기회의 불균형과 불평등에 의한 것이어서 더 아프다.
이제 해답은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지방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해 봐도 서울과 지방의 경쟁은 결과가 너무 뻔하다. 또 좀 심하게 말해 서울은 지방이 잘 돌아가는 꼴을 못 본다. 대기업이 중소 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하듯이 지방에서 뭐 하나 잘되는 게 있으면 서울로 가져가려고만 한다. 새 정부의 주요 인물들을 봐도 안중에 지방을 넣어두고 있을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지방 사람들의 하소연이나 신음과 절규보다는 서울의 소곤거림이나 기침 소리가 더 크게 들릴지 모른다.
그래서 아예 새 정부의 화두이기도 한 복지 차원에서 지방의 문제를 다뤄 달라는 것이다. 누가 자신을 사회적 약자라고 인정하고 싶을까?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지방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로라도 봐달라는 이야기다.
그런 적극적이고도 공격적인 배려 없이는 지방의 미래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리고 경제적 계급과 그에 따른 교육적 계급, 권력의 계급도 모자라 사는 동네에 따라 등위가 매겨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결코 새 정부의 출범에 미리 초를 치려는 게 아니다. 지방의 신음이 서울을 향한 원망이 되고, 지방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서울 사람들을 향한 분노로 변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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