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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대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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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매장이나 식당에 들렀을 때 간혹 활짝 웃으며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직원들을 만나게 된다. 손님으로 제대로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친절한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친절해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몸에 밴 친절일 수 있지만 훈련된 태도일 수도 있다. 친절한 태도가 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떠나서 몸에 배어 있으면 자연스러워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친절한 태도가 몸에 밴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친절한 자세가 몸에 익숙지 않더라도 훈련하다 보면 몸에 밸 수 있다.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직원들에게 인사와 미소 훈련을 시키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 노동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처지는 안쓰럽다. 때로 고객이 거칠고 무례하게 굴더라도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기 때문에 서비스직 종사자가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일이 일어난다. 단지 고객과 직원이라는 관계 때문에 잠시라도 직원의 인격이 훼손당한다면 온당치 않다.

대구시가 미소'친절 범시민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미소'친절 운동을 벌여 성과가 좋자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대구 사람을 변화시켜 대구를 열린 도시로 만들고 관광객과 투자 유치를 통해 대구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대구 사람들이 좀 더 친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소'친절 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무뚝뚝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구 사람이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다는 특성도 있다.

미소'친절 운동이 대구 사람의 기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대구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살려나가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미소와 친절이 여유가 있어야 우러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구 경제의 회생이 미소'친절 운동의 목표가 아니라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본다. 무뚝뚝하거나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대구의 미소',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 '대구 스타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말해놓고 보니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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