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청춘의 꽃'을 피우는 온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제 꽃피는 춘삼월이다. 갑자기 풀린 날씨에 두꺼운 외투도 벗어 던지고, 들려오는 봄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올해는 2,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 예년보다 봄꽃이 전반적으로 늦게 필 것이라 한다. 아마도 약간 늦은 봄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 봄꽃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을 듯하다.

또 꽃피는 춘삼월에는 청년들에게도 '청춘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3월에는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공채가 집중되는 것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상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을 뽑은 주요 대기업 278개사의 공채 일정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41.7%가 3월에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니 청년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진다. 이렇듯 3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기대를 품게 하는 '희망의 달'이다.

꽃 피는 봄이 왔건만, 얼어붙은 청년들의 '취업 기상도'는 아직 '한파주의보'이다. 2012년 4/4분기 청년실업률은 7%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며, 여전히 청년실업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생산 가능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을 살펴보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암울한 대구 지역의 청년실업 상황을 살펴보면 '혹한기'를 방불케 한다.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전년보다 2.6%나 급격히 올라 8.1%를 기록해 꼴찌를 '탈환'했다. '청년실업 증가율'과 '청년실업률' 모두 일등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대구 지역 취업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찬바람이 쌩쌩 불고 얼어붙는다 하더라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역 청년들의 마음만 하겠는가. '청년실업 기단'으로 꽁꽁 얼어붙은 동토에 '춘풍'은 언제쯤 불어올 수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채용 발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먼저 나서서 대거 공직자 채용에 나서겠다며, 무려 1천133명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전체 채용 인원의 10%는 장애인으로, 9급 공개 채용 인원의 10%는 저소득층에서, 9급 기술직 채용 인원의 10%는 고졸자에서 선발하는 할당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또, 코레일과 협의하여 시험 당일 KTX 특별열차를 운행하여 지방 수험생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배려 돋는' 서울시의 시정 운영이다.

이에 반해 청년실업률 꼴찌인 대구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직 채용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4년 개통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계획하에 기존 노선보다 4분의 1 정도 수준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전망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 운영한다고 하지만 두 차례의 큰 참사를 겪은 대구 지하철에서 시민의 안전은 다시 내팽개쳐지고, 공공 부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실업의 어려움을 약간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발길을 돌리니 당연히 지역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대구 지역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대구 지역 청년실업 문제의 위기감과 심각성에 대한 공감은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으샤으샤' 하는 캠페인과 기업에 사람을 많이 뽑아 달라는 '부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공공 부문에서 먼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앞장서서 인도할 때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공공기관부터 전체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규 채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년 의무 고용 할당제'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청춘의 꽃'을 피우는 온실은 관청과 공기업과 같은 공공 부문이 되어야 한다. 청년들을 무작정 '온실 속의 화초'로 키워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논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모판을 키우는 온실이 필요하듯, 일단 숨이라도 쉬고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와 보호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들의 '청춘의 꽃'은 싹도 틔우지 못하고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박석준/함께하는 대구 청년회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