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마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옛 가요 '애수의 소야곡' 첫 소절이다. 운다고 떠나간 옛 사랑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알던 분 중에 아이디를 '곡불급'(哭不及)이라 쓰는 이가 있었다. 영어로는 'Cry-no-help' 즉 '울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는데 요즘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뜻이 참으로 심오하다.
거짓말 같지만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부모님이 한 분도 따라오지 않으셨다. 그때는 우리집이 방앗간을 할 때라 무척 바쁘기도 했지만 누나나 형들 입학식에 몇 번 가본 경험에 다소 심드렁해진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뿐 아니다. 중학교 입학식과 고등학교 졸업식을 통틀어, 심지어는 강원도에서 군대생활 할 때도 면회 한 번 안 오셨다. 그랬지만 그러려니 받아들였지 섭섭해하거나 원망을 한 적은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생활을 했다.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했던 것이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덕분에 강한 자립심을 가질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누구에게 의지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심부름을 잘 시키지 않는다. 세탁물을 찾건 아파트 앞 가게를 들르건 웬만하면 직접 한다. 그런 능동적인 습관은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성격을 이끌어냈다. 이때문에 세상과의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살아 올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거창하게 독립심을 키우겠다고 교육적 차원에서 그렇게 하신 것 같지는 않다. 5남매 중 넷째, 위치가 참 애매했다. 형제가 여럿이다 보면 아무래도 아래로 갈수록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시절에 넷째는 거의 '또 하나의 가족' 정도로 여겨졌다. 부모님의 관심이 덜 미쳤다는 뜻이다. 챙겨주지 못하니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길러진 자생력이 세상살이에서는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파이터'가 된 것이다.
요즘은 대학 오리엔테이션에도 따라가는 극성 엄마들이 있다고 한다. 이는 성인이 다 된 자녀에게 아직 젖병을 들고 따라다니는 것과 같은 일이다. 지나친 보살핌은 무관심보다 더 못할 수도 있다. 어린 아이 때는 울면서 떼를 쓰면 안 되는 게 없지만 어른이 되면 다르다. 세상살이 운다고, 징징댄다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누구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되는 것이다. 그걸 안다면, 평생 끝까지 따라다니며 챙겨줄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어느 시점에서 '홀로서기'를 가르쳐야 한다. 그게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장삼철/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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