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고, 꽃샘추위가 번갈아 오긴 하지만, 낮은 완연한 봄이다. 두터운 옷차림이 가볍게 바뀌고, 때 이르게 반소매 차림이 보이기도 한다. 봄이면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농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집안일도 산더미다. 꼭꼭 숨어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띈다. 겨우내 게으름을 피우느라 모른 척했던 것들이 봄기운으로 몸이 슬슬 풀리면서 이제는 치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봄을 음악과 함께 시작해도 좋겠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이다. 새와 시냇물 등 봄을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밝게 표현한 것으로 귀에 익숙해 듣기도 좋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이나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도 있다. 두 곡 모두 '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밝은 곡이다.
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해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꽃샘추위처럼 '봄 속의 겨울'을 느끼고 싶으면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가운데 '3월'을 고를 수도 있다. 종달새의 맑은 목소리가 봄을 알린다는 해석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겨울에서 깨지 않은 이른 봄 분위기다. 성악곡으로는 묵직한 바리톤이 깔리는 라흐마니노프의 칸타타 '봄'과 합창곡인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중 '봄'도 있다. 교회 음악이어서 장엄하고 무거운 부담은 있다.
시로 표현한 봄은 더욱 많다. 이장희는 고양이의 수염 끝에서(봄은 고양이로다), 안도현은 들판의 일하는 손에서(봄) 봄을 발견했고, 신동엽은 통일에 비유해 봄이 너그럽게 움터주기를 기원했다(봄은). 또 소동파는 봄을 인생의 출발로 보고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가치가 있다'(春宵一刻直千金)며 '춘야'(春夜)에서 읊었다.
겨울과 붙은 3월은 변화무쌍해 오늘과 내일만 해도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차가운 날씨에 강원 산간 지방에는 눈까지 온다는 소식이다. 미국 속담인 '3월은 사자처럼 왔다가 양처럼 지나간다'(March comes in like a lion and goes out like a lamb)는 표현이 딱 맞다. 이제 3월도 이미 막바지다. 특히 대구는 봄이 짧아 잠깐 사이에 초여름 날씨가 된다. 가로늦게 '봄날은 간다~'며 스쳐가는 봄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봄을 즐길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
李 정부, '4년 연임 개헌·권력기관 개혁' 등 123大 국정과제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