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하다'와 '뻥을 치다'의 차이는 뭘까? 과장은 실적이나 계획을 부풀리는 것이고, 뻥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충분히 가능하다고 우기는 것이다.
얼마전 뉴스를 검색하다가 참으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하고는 '과장'과 '뻥'의 차이를 생각해봤다. 지난 1월 말 포항시가 올해 경제목표치를 발표한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기사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갔던 기사였는데 이제 뒤늦게 발견하고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부터 거창했다. '포항시 일자리 창출 올인…10조 투자유치 나서'
10조원이라면 엄청난 액수다. 그 정도 투자유치가 올해 중에 이뤄진다면 포항시민들이 모두 나와 춤을 추며 축하해줘야 할 정도가 아니겠는가. 문득 궁금해서 경상북도에 올해 도 전체 투자유치 계획을 물어봤다. 당초에는 5조5천억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조금 상향해 6조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여기에는 포항에 대한 투자유치 계획도 포함돼 있다. 23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북도 전체가 6조원이라고 하는데, 포항시가 10조원이라고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 기사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포항시가 50개 기업을 끌어들여 2만1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기업을 통한 일자리라면 양질의 일자리가 분명한데, 2만개 넘게 창출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대구시의 투자유치'일자리 창출계획과 한 번 비교해봤지만 포항시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대구는 올해 투자유치 1조5천억원,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 1만여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대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지는 해'와 비슷한 존재라고 하지만, 대구보다 6배 넘게 투자유치를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뻥'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포항시에 물어봤다. 어떻게 10조원 투자유치를 하고 일자리 2만1천 개를 창출하겠느냐고 말이다. 답변은 이러했다. "10조원은 올해 조성되는 영일만 제4일반산업단지,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기업들이 입주할 경우 예상되는 투자유치액입니다." 그러니까 1천724만1천㎡의 부지에 공장들이 빽빽이 입주했을 경우 가능한 목표치라는 것이다. 결국 머릿속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지, 요즘 같은 경기상황에서 어림도 없는 계획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배포 크고 추진력 강한 단체장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황당한 계획에 시장의 큰 배포를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되면 되고 안되면 말고'라는 식은 포항시에 대단한 마이너스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시민들을 헷갈리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목표치와 정책을 제시하는게 옳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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