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영이라는 말 -장옥관(1955~)
어머니 마흔 번째 제사 모신 날
자리에 눕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나 죽기 전에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구나!' 여태껏 한 번도
정성들여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 '내 생애엔 정말
로 엄마를 다시 볼 수 없구나!'
그것이 죽음이라는 걸, 열일곱의 나이가 어찌 알
았으랴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나 땅에
묻히기 전에 어머니 얼굴 영영 다시 볼 수 없다니
새삼 사무친다, 영영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로션조차 안 바른 맨 얼굴의 이런 시를 나는 쓴다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문학동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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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자주 쓰는 재료로 결핍과 부재가 있다. 결핍은 얼마간 남은 것이 있고 또 채울 여지가 있다. 그래서 희망으로 결핍의 시간을 견딘다. 하지만 부재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긍정으로 부재의 공간을 안는다. "영영이라는 말"은 부재 앞에 놓일 때 제격이다. 부재의 뼈아픈 긍정과 깨달음의 문장은 '영영이라는 말'이 이끌 때 참혹하게 완성된다. 아닌 게 아니라 소름 끼치게 무섭다.
공교롭게도 올해 나도 내 어머니의 마흔 번째 제사를 모시게 된다. 살아서 다시 못 보게 될 얼굴인 줄 열한 살의 "나이가 어찌 알았으랴". 살면서 다시 못 볼 얼굴인 줄 깨달았지만 "영영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닌 게 아니라 "새삼 사무친다". 맨 얼굴의 이 시에 기대어 나도 맨 얼굴풍으로 토를 달며 어머니의 부재를 달래본다. "영영이라는 말"의 친어머니는 이제 장옥관 시인이다. 이 말을 이렇게 참하게 낳을 시인은 영영 없을 테니까.
안상학<시인·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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