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원'.
올해 대구 아양중 2학년 수학여행 1인당 경비다. 아양중 2학년 학생 150명은 오는 5월 수학여행 때 진로직업체험과 대구 탐방을 떠난다. 아양중이 최근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부모의 60%는 '10만원가량 드는 호남지역 수학여행'보다 '소규모 창의체험활동'을 택했다.
첫째 날은 대구 근대골목투어와 동아리 단위로 관심 주제를 정해 박물관, 도서관 등으로 떠나는 답사를 간다. 다음 날은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진로직업체험'을 할 계획.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린 신개념 '맞춤식' 수학여행이다. 경비는 버스비와 진로직업체험 비용이면 충분하다. 수학여행 비용 절감은 물론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저렴한 수학여행=수학여행에 새로운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비싼 비용을 부담하며 형식적으로 둘러만 보고 오던 이전의 수학여행에서 벗어나 소규모'테마형 체험학습 형태의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을 적극 권장한다는 내용의 '수학여행 운영 지침'을 대구지역 각 학교에 보냈다.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은 학급'동아리 단위의 소규모 인원이 관심 주제를 정해 특정지역을 답사하는 방식의 체험활동이다. 이전의 수학여행이 학교 측에서 짠 일정에 맞춰 학생들이 따라가는 방식이었다면,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반영한 자기주도형 수학여행이다. 수십만원을 들여 제주도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수학여행과 비교하면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수학여행 경비 부담에 허덕이던 학부모도 바뀐 수학여행이 내심 반갑기만 하다.
대구 경북대 사범대 부설중은 지난해부터 창의체험활동으로 수학여행을 대신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에 위치한 직업 전문 체험관 '잡월드'와 에버랜드로 이틀간 수학여행을 간다. 비용은 9만8천원이다. 대구여고도 오는 5월 학급별로 정한 코스에 따라 이틀간 '주제 탐구형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했다. 인문계는 역사'문화와 관련된 지역으로, 자연계는 기술'과학이 발전한 지역으로 갈 계획이다.
◆비싼 수학여행 고집하는 학교도 많아=여전히 제주도나 해외 수학여행을 고집하는 학교도 있어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대구 수성구의 한 중학교는 올해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떠난다. 3박 4일 일정으로 떠나는 제주도 수학여행 경비는 35만원. 팍팍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학부모들은 수학여행 경비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 학교 학부모 A(45'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마음 같아서는 제주도든 해외든 어디든지 보내고 싶지만 수십만원을 들여 수학여행을 보내기는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서 보낸다고 하고 아이가 가고 싶다고 말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학교 관계자는 "2학년 학생 372명 중 다리를 다친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제주도 수학여행에 동의했다"며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경비를 지원해 한 명도 빠짐없이 수학여행을 떠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도 5월에 제주도, 중국, 일본으로 나누어 수학여행을 떠난다. 각각 경비는 35만원, 80만원, 70만원이다.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1년 전부터 적금 형태로 비용을 모으고 있지만 1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 체험활동 수학여행과 비교하면 호화로운 수학여행인 셈이다.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수학여행 일정, 비용, 지역 등은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제재할 수는 없다"며 "다만 가급적 과도한 경비가 드는 국내외 수학여행은 지양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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