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짝퉁 시비

미국엔 대학에도 짝퉁이 있다. 땅도 넓고 각 주마다 교육제도도 다르다 보니 짝퉁 대학들이 버젓이 활동한다. 물론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대학들이다. 영어권에서 이들은 학위공장(diploma mill 또는 degree mill)이라고 불린다. 대학도 아닌 것이 대학이란 이름을 붙였으니 이들이 주는 학위도 단연 짝퉁이다. 이런 학위공장을 제한하는 연방법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학교는 명문 대학이다. 공식 영문명은 Stanford University다. 하지만 Standford가 되거나 Stafford가 되면 짝퉁이다.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은 아이비리그 소속 명문이지만 'Darthmouth College'는 다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에도 짝퉁은 있다.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는 앞에 인터내셔널이란 단어가 붙으면 학위공장이다.

짝퉁 대학들이 존재하는 까닭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수요는 주로 아시아권에서 나온다. 공부는 하지 않고 학위는 갖고 싶은 사람들이 손쉽게 짝퉁 학위를 산다.

미국 유명 대학의 박사 취득은 형극의 길이다. 평균 5년 세월을 수업과 현장 조사, 논문 작성에 매달려도 모자란다. 애써 논문 작성을 마쳐도 심사 과정에서 질과 연구 방법이 적절했는지를 철저히 따진다. 표절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10년 세월을 박사 과정에 매달리고도 학위를 받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엔 짝퉁 대학은 없다. 법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나라에는 짝퉁 학위는 널렸다. 웬만한 유력 인사라면 어떤 대학이더라도 학위 취득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대학들이 오히려 유력 인사들을 유치하려 드는 경우가 흔하다. 수업 불참은 적당히 눈감아주고 학위 논문은 적당히 복사해 내도 모르쇠하면 동문이 되어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이런 학위 남발이 결국 제 살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간과된다.

청문회에 나선 후보자들의 학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바쁜 공직 생활 와중에 짬을 내어 수업을 듣고 그럴듯한 논문까지 써내 학위를 받은 슈퍼맨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들은 죄송하다는 한마디 말로 면죄부를 얻고 더 큰 공직으로 나아가고 있다. 명예와 지위를 얻고자 받은 논문이 청문회장에선 스스로를 불명예스럽게 만들지만 세상엔 아무런 교훈도 던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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