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속에 5주는 더 있어야 하는데…."
포항에 사는 A(38) 씨 부부는 첫 아이 출산 때문에 걱정이 많다. 태어날 아기가 쌍둥이인데다 조산기까지 있어 벌써 석 달 전부터 병원을 오가며 아이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의사는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태어나는 '조산아', 이른바 '이른둥이'일 가능성이 크다며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알아보라고 했다. 한 달 평균 아이당 1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걱정(부모 부담 200만원)에 부모는 힘이 빠진다. 그나마 신생아집중치료실이 포항에 있다면 부모의 숙식 비용이라도 아낄 텐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부모는 아이 2명의 병원비와 자신들의 체류비 등을 모두 합하면 한 달에 600만~700만원은 들 것으로 보고 답답해하고 있다. A씨 부부는 포항지역 병원을 전부 알아봤지만, 이른둥이를 위한 시설이라고는 포항성모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벤틀레이터(산소호흡기가 설치된 인큐베이터) 1대가 전부였다. 하루 10만원만 내면 벤틀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이른둥이는 거의 없다. 각종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는 은행 빚을 내 대구행을 결심했다.
인공수정으로 인한 다태아(쌍둥이), 조산 등의 이유로 임신 기간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는 이른둥이가 늘고 있지만, 포항지역 병원들이 벤틀레이터를 비롯한 신생아집중치료실 운영에 따른 적자 폭이 커 시설 구비를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둥이 부모들은 아이 치료를 위해 대구나 서울을 찾아야 하고, 이로 인한 통원 및 숙식비 부담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구에서 거리가 먼 영덕이나 울진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이른둥이 1명당 평균 입원비는 436만원 정도다. 아이의 체중이 적을수록 병원비는 치솟는다. 저체중아에 속하는 1.5~2.5㎏ 아이는 160만~420만원, 1~1.49㎏인 극소 저체중은 1천600만원, 1㎏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은 1천800만원이 든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4만5천 명이고 이 가운데 6%인 2천500여 명이 이른둥이다. 입원비용의 경우 정부 지원이 80%이지만, 매달 200만원 이상은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대구가 아닌 타 지역에서 왔다면 체류비까지 더해져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진다.
포항지역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른둥이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장애 발생 및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생아집중치료실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수익성 때문에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성모병원 한 관계자는 "포항에서 유일하게 벤틀레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관련 치료시설이 없어 응급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며 "지역에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다면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태어나는 이른둥이들의 건강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한층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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