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올 무렵. 우리 가족은 항상 해오던 캠핑스타일에서 조금은 변화되고 도전적인 새로운 스타일의 캠핑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산악자전거와 캠핑을 겸한 '바이크캠' 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약해질까 하는 마음에 스노보드와 산악자전거를 가르쳐왔다. 그 가운데 캠핑에 산악자전거를 같이하기로 하고 이것저것 많은 준비를 해왔다. 봄이면 그리 험하지 않은 가까운 산을 찾아 라이딩을 하곤 했지만 배낭과 함께 장거리 라이딩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다행스럽게 아내를 제외하곤 아이들 모두 적극적이었다. 물론 아내도 가족들을 위해 기꺼이 동행하겠다고 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을 위해 거의 한 달을 준비했다. 가족 모두 차로를 따라 가산산성 야영장까지 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염려했던 것은 안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짐은 자전거 트레일러에 실어 가장인 내가 맡고, 아이들과 아내는 각자의 필수품만 배낭에 넣고 달리기로 했다.
대구공항 후문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아이들은 가까운 산에 소풍을 가듯 연신 즐거워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은 즐겁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루함과 고통은 크다. 하지만 그날 바이크캠의 목적은 그 고통을 극복하는 것.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면서 겪게 될 수많은 어려움을 잘 이겨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출발한 바이크캠이다.
아이들과 함께 힘껏 페달을 밟는다. 불로동 번화가를 지나자 조금씩 오르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산책 수준이다. 아내 또한 그리 힘들게 보이지는 않았다.
가산삼거리에 도착했다. 출발과는 다른 오르막길을 만났다. 힘껏 페달을 밟았지만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한티재 위쪽에 위치한 야영장은 멀게만 느껴졌다. 더군다나 자전거 트레일에 40㎏이 넘는 무거운 짐을 실은 나는 더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지칠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대견했다. 나약할 줄만 알았는데…. 내가 바랐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한참이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지나간 후 한참 후에야 아내가 나타났다. 힘들어 보였지만 아내는 잘 해내고 있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옆을 지나가던 차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원에 힘입어 우리는 힘을 내 페달을 밟았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밟고 또 밟았다.
그렇게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오르막을 1시간쯤 달렸을까? 드디어 가산산성 야영장 입구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내가 먼저 도착하고 20분쯤 후에 아내가 도착했다. 아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본인도 해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미안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미소로 답해줬다.
아이들은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스스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이기에 더욱더 뿌듯해 보였다. 아빠와 엄마가 해준 것은 단지 기회를 준 것 뿐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 기회를 좋은 결과로 이뤄낸 아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먼 길을 올랐으면 지칠 만도 한데 아이들은 도착하기 무섭게 숲 속을 뛰어다니기 바쁘다. '그래, 열심히 뛰어놀고 늘 건강하기만 바란다.' 숲에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식물들과 곤충들. 자연 학습장이 따로 없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도시에선 하기 어려운 공부와 얻기 힘든 지식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캠핑의 매력이 아닐까. 그날 우리는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이원곤(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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