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참 다른' 19대 여야 초선

무기력한 與, 제목소리 내는 野, 왜 그럴까

지난달 23일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기초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에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갑)은 '의견 없음'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지금은 의견을 표명할 사안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민주당의 상황도 봐야 하고,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견도 봐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 의견보다 '당론'이 먼저라는 원론적인 답변. 작금의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이 보여주는 무력한 모습의 한 단면이어서 다소 씁쓸했다.

요즘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아주 대조적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초선 의원들을 자주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조로(早老)한 여당 초선 VS 건강한 야당 초선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물을 새누리당 초선 의원이 사라졌다"는 푸념이 끊이질 않는다. 기명(記名) 기사가 자취를 감춘 이유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로 일고 있는 ▷인사 난맥상 ▷소통 부재 ▷집권당 지도부 협상력 부족 등 난제 속에서 '초선다운' 목소리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석에서나 "누군가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누군가 나서 주길 바라며 눈치 보고, "이러다 큰일나겠다"며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해댔다.

새누리당 초선(78명)은 현재 당 소속 의원(152명)의 절반을 웃돌지만, 본회의 의결에나 필요한 수(數)일 뿐, 이슈를 촉발해 이끄는 '주력 부대'는 아니다. 한 정치권 인사는 "18대 국회에서는 '민본21'이 제 목소리를 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민주당은 좀 다르다. 당의 당면 현안이나 지도부에 대해 연일 '쓴소리, 바른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초선 30명은 "민주당 혁신의 요체는 무너져 가는 민주당을 재건하고 실종된 정당책임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재건 운동'에 나섰다. 그러면서 "당 대표 후보자를 초청하는 연속토론회에서 차기 당권주자의 당 혁신 비전, 의지, 능력을 검증하자"는 '혁신 전당대회'를 선언했다.

'튀는 초선'도 당에 활기를 일으키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 "다선도 많은데 초선이 나섰다면 그만큼 민주당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꼬집었고, 제주 출신의 비례대표 장하나 의원도 최고위원 경선에 가세했다.

◆새누리 초선, 무력한 이유?

정치권은 새누리당이 '초선은 부재 중'이라는 오명은 19대 총선 국면에서부터 예견된 일로 진단한다. 말로만 '시스템 공천'을 떠들었지 정작 친박근혜 성향의 '계파 공천'으로 능력 검증 절차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일명 '박근혜 키즈'로 새 정부나 여당 지도부에 '항거'할 명문도 능력도 없다는 지적이다.

또 18대 국회 초선은 재선, 3선 중진 의원이 '멘토'로서 이끌어왔는데 당시 대폭 물갈이되면서 '선배' 역할을 할 인물군이 대폭 줄어든 이유도 든다. 정국 현안을 파악, 판단, 진단하고 새 정책을 만들 내재된 역량이 없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당내 경선이 있으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초선들이 자신들의 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정치적 경험이 없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눈치"라며 "제 목소리를 내는 초선이 등장해야만 '건강한 여당'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 '힘있는' 초선들은

정치평론가들은 "초선 의원의 힘은 당내 기득권과 계파주의, 패권주의에 저항하면서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있다"고 진단한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개혁성향 초선들은 '민본21'을 꾸려 정치쇄신과 함께 정부의 인사 문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추진, 정부 재정이나 민생 문제, 복지 확대 등에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15대 국회에서는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등이 주도해 '시월회'를 만들었고 국회 '노동법 날치기' 파문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13대 국회에선 당시 초선인 노무현 의원이 5공 청문회에서 명패를 집어던지면서 울분을 토로, 일명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15대 국회에선 '천'신'정'으로 불린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이 당 개혁을 주문했고, 16대 국회에 다시 들어와 김대중 정부의 실세인 권노갑 고문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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