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 동결을 주도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기준 금리 인하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한 채 통화정책을 독불장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심지어 경기 부양에 고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한은 임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 '사찰'에서 근무하고 좋은 집만 오가다 보니 서민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현실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는 조롱조의 냉소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런 비판은 합당한 것인가. 중앙은행과 정부의 지향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국민의 지지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거품이 생기더라도 경기를 띄우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그것이 모든 정부의 속성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공기관이지만 정부가 아니다. 그 역할은 물가 안정과 통화가치 유지 곧 거품 방지다. 거품인지 아닌지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판단을 중앙은행이 따르라고 강요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비협조'를 나무라서도 안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돈 풀기에 적극 협조하는 일본은행의 자세를 들어 한은을 비판하고 있지만 일본과 우리의 경제 상황이 판박이가 아닌 이상 한은이 일본은행을 추종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한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상황을 정부와 다르게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는 하반기에 가면 인플레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것이 틀린 판단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독선(獨善)이다. 한은의 판단이 맞고 금리 동결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정부의 판단이 맞을지는 현재 시점에선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와 한은의 엇박자가 빚어내는 혼란이다. 국민은 경제가 위기라고 하는 정부와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오히려 하반기에는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한은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하나. 이런 판단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과연 정부와 한은은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적정 기준 금리를 둘러싼 한은과 정부의 입씨름이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한 공조(共助)는 뒤로한 채 자존심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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