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장계향

터키 요리,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평가받는 프랑스 요리는 역사적 변천 과정에 대한 기록이 잘 남아 있다. 필립 4세, 샤를 5세 등 왕의 요리사로 활약했던 기욤 티렐이 1370년에 타이유방이라는 필명으로 펴낸 '르 비앙디에'(고기 요리)가 프랑스 최초의 요리서였다. 고대에 골(Gaul) 족이 먹던 거친 음식을 거쳐 로마 제국의 영향을 받고 프랑크 제국 시대로 이어지면서 발전한 중세 프랑스 요리를 집대성한 책이었다.

이후 프랑스 요리는 오를레앙 공과 결혼한 카트린 드 메디치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요리 방식을 가져옴으로써 르네상스를 맞았다. 17세기에는 앙리 4세의 요리사였던 프랑수아 피에르 라 바렌이 요리의 법칙과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프랑스 요리사'를 펴내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고 18세기에는 마리 앙트완 카렘이 나타났다. 나폴레옹의 요리사였던 카렘은 여러 가지 맛의 조화, 요리의 장식과 식사 예절 등 많은 요리 이론서를 펴내 프랑스 요리를 '고급 요리'로 정립하고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프랑스 요리에 영향을 줬던 이탈리아에도 예로부터 향신료와 소스, 생선 비린내 등 잡내 잡는 법, 다양한 조리법 등에 대한 요리책들이 전해지고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져 가장 오래된 요리책인 '리베르 데 코퀴나'는 로마식 배추 요리와 생선 요리 등을 담았고 15세기에는 마르티노 다 코모가 마카로니 요리 등을 소개한 책을 저술했다. 1570년에는 교황 비오 5세의 요리사였던 바르톨로미오 스카피가 천 가지 요리법을 담은 '오페라'를 펴냈고 1662년에는 바르톨로미오 스테파니가 조리법, 그릇과 잔 사용법, 식사 예절 등을 담은 '뛰어난 요리의 예술'이라는 책을 썼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피에르 라 바렌과 이탈리아의 바르톨로미오 스테파니가 요리책을 쓰던 시기에 조선의 장계향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집필했다. '음식디미방'은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146가지 조리법을 담은 책으로 옛날 요리책이 귀한 우리 현실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통 요리에 대한 철학까지 담고 있으니 우리 민족의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는 징표이기도 하다. 지역 출신 인물인 장계향이 정부표준영정 제91호로 지정됐고 경북도가 경북 여성 선양인물 1호로 선정했다 하니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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