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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값 하락 불구 식지 않는 '골드바 사랑'

금 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고액 자산가들의 골드바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매일신문 DB
금 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고액 자산가들의 골드바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매일신문 DB

금값이 폭락하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금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골드바를 판매하는 시중은행에는 고액 자산가들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골드바 투자가 절세효과뿐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도 피해 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골드바(Gold Bar) 인기 여전

신한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국제 금값 하락으로 골드바 가격도 급락했다. 17일 기준 골드바 1㎏ 가격은 5천188만원(부가세·수수료 포함). 이달 초 6천153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사이에 1천만원 정도 가격이 내려간 셈이다. 하지만 골드바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영업점과 PB센터를 통해 1㎏ 골드바와 크기·가격을 다운사이징 한 100g, 10g의 미니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 대구경북 영업점을 통해 골드바를 구입할 경우 1주일 정도 기다려야 골드바를 받을 수 있지만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 대구 모 지점은 골드바 2㎏을 판매했다. 신한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목이 좋은 지점의 경우 한번에 300~400g씩 골드바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골드바 판매량이 지난해 월평균 200㎏에서 올 들어 400~500㎏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실물 거래 없이 통장으로 금을 매입·매도하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계좌는 1월 말 12만1천544개에서 2월 말 12만3천131개, 3월 말 12만4천942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들이 매입한 금도 1월 말 8천678㎏에서 2월 말 8천984㎏, 3월 말 9천29㎏로 늘었다.

지난달 4일부터 전국 PB센터를 통해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이달 12일까지 234억원의 골드바를 팔았다. PB센터당 10억원 정도를 판매한 셈이다. 또 이달 초부터 14일까지 한시적으로 골드바를 판매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한 입점업체도 짧은 기간 동안 5~6㎏ 정도의 골드바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대구PB센터 관계자는 "금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골드바 매수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단기 투자 목적이 아니라 장기 보유 성격으로 골드바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금값 하락이 골드바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바 왜 인기인가

골드바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된 원인은 절세 효과다.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연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매매 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골드바가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것.

여기에 북한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금 선호 현상이 강해졌고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투자 매력이 증가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골드바의 절세 효과가 생각 만큼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보면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바는 사고 팔 때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반감 된다. 골드바를 살 때 부가가치세 10%에 수수료 4~5%를 더해 15%에 가까운 비용을 내야 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이 차명계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금융실명제 등을 피해 숨어 있던 돈들이 골드바로 몰려 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골드바의 경우 상속이나 증여가 쉬워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것. 자녀 또는 배우자에게 세금 없이 금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사실상 적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드바 자체는 투자 대상으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처럼 등록을 해 놓는 것도 아니고 과세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증여 또는 상속을 염두에 둔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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