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김광석 거리· 달성 마비정 등 전국 명소로

삭막한 도시가 밝은 도시로

17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동원초등학교 담장. 방긋 웃는 얼굴을 담은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다른 벽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비슷한 시각 만촌동 국채보상로 207길 한 주택가 담장에는 다리를 담은 그림이 한창 그려지고 있었다. 이 골목을 지나던 동네 한 주민은 "벽마다 예쁜 모양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고 있으면 나중에 이 골목길이 매우 화사해질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 곳곳에 그려진 벽화(壁畵)들이 삭막한 대구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도시 경관 개선 및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기초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벽화 그리기 사업을 벌이면서 벽화가 그려진 공간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회색 콘크리트벽에 아름다운 벽화가 만들어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해피타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만촌동 동원초교와 국채보상로 207길 주변의 담벼락을 벽화로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만촌동 오성중'고교와 대청초등학교, 소선여자중학교 등 일대 7개 학교의 담장을 벽화로 꾸미는 '7'7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대구 서구청도 올해 3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활력증진을 위한 벽화 그리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내당2'3동 일대와 상중이동 퀸스로드 주변에 벽화골목을 조성할 예정. 이외에도 북구청, 동구청, 달서구청, 남구청 등에서 올해 도시 미관 개선 또는 지역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벽화 그리기 사업을 계획 또는 시행 중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벽화 그리기에 나서는 것은 도시 경관 개선과 함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마비정 벽화마을과 대구 중구 대봉동의 '김광석 거리'는 특색있는 벽화들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걸쳐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비정 벽화마을의 그림 소재들은 장승, 옛날 농기계, 추억의 교실 등 대부분 7080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김광석 거리도 가수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주제로 벽화와 조형물을 만들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광석 거리의 한 카페 주인은 "주말이 되면 이곳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김광석 거리를 알고 온 이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벽화가 대구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특색있는 벽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석 거리 조성에 예술감독으로 참가했던 손영복 비-아트 카페 대표는 "벽화는 환경 미화의 역할도 있지만 한 마을의 간판 역할도 한다"며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벽화를 이용하려 한다면 그 지역의 특징이나 스토리가 벽화에 잘 드러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상구 시간과공간 연구소 소장은 "벽화는 공공디자인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벽화 제작에 일정 부분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사진. 16일 낮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정문 쪽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바라보며 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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