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서 온 한 소녀가 이달 9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주인공은 올해 6살인 스마날리에바 다카. 다카는 지난해 9월 '심방중격 결손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심방중격 결손증은 좌우 심방 사이에 있는 벽(심방중격)에 결손(구멍)이 생겨서 피흐름이 새는 기형이다. 폐를 거쳐 좌심방으로 돌아온 피의 일부가 이 구멍을 통해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다시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폐에 도는 피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나이가 많아질 때까지 수술하지 않으면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고 심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하지만 다카는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아직 키르기스스탄 현지 의료수준으로는 무리한 수술이었다. 게다가 수술을 강행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숨이 가빠 마음껏 뛰어보지도 못한 한 소녀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다카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것은 7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다카의 이모였다.
이모는 일단 한국으로 올 것을 권유했다. 최근 의료관광이 활성화돼 많은 외국인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 그 말을 믿고 무작정 한국에 왔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의료비 때문.
한국의 의료수준으로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지만 건강보험 혜택도 없고, 외국인 수가가 적용되다보니 수술비와 입원비 등 전체 치료비는 다카의 가족이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다카의 이모부는 대구파티마병원이 가톨릭 정신으로 설립'운영되는 병원이고, 최근 국제진료센터를 열어 많은 외국인을 진료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일단 그곳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국제진료센터 권기태 소장(감염내과)은 흉부외과 허동명 과장에게 환자를 의뢰했다. 허 과장은 다카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장증태 병원장과 허동명 과장 등 병원 경영진은 어린 생명을 살리는데 뜻을 모으고, 진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9일 오전 10시 다카의 심장 수술이 시작됐고, 4시간 만에 수술이 끝났다.
허동명 과장은 "심초음파검사상 지름 1.8cm의 큰 심방중격 결손으로 10대 이전에 수술이 필요한 경우였다"며 "수술 후 잘 회복하여 건강한 상태였으나 고막 천공이 있어서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은 뒤 18일 퇴원한다"고 했다.
다카의 어머니 아흐메도바 조이 씨는 "수술을 받고 나서 아이가 웃음을 되찾았다"며 "우리 딸의 심장을 살려준 대구파티마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