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들과 1박 2일로 충북 진천에 있는 농다리 부근 강변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미뤄오다 극적으로 시간이 맞아 캠핑을 하기로 한 것. 무엇보다 올해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빠가 될 후배에게 캠핑과 함께 간단한 요리를 가르쳐주기로 해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대구에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진천 농다리. 우리는 관광지보다 2년 가까이 얼굴도 못 보고 살았던 동료들의 모습이 더 궁금했다. 강원도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경남 김해에서 각각 출발한 우리들. 누구 하나 늦지 않으려 서두른 탓일까 4명 모두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장비를 담당했던 나는 트레일러에서 필요한 도구를 내렸다. 평소 혼자 텐트를 치고 장비를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성인 남자 4명. 모두 현역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동료들이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상황에서도 1시간도 안 걸려 아지트를 구축했다.
텐트를 친 다음 요리를 시작했다. 새벽시장에 들러 준비한 가리비와 대합은 물을 부은 큰 코펠에 채반을 올려놓고 적당한 시간 동안 쪄주면 된다. 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통통한 조갯살이 쉽게 떨어지면 다 익은 것이다. 이것저것 후배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후배도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했다. 조개 요리와 함께 준비한 것은 건식 수육. 5㎝ 정도 두께로 썰어 온 삼겹살을 더치 오븐에 넣고 요리하는 것인데, 이름 그대로 물이 필요 없다. 잘 씻은 무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 깔고 통삼겹을 올린 다음 잡내를 없애기 위해 파슬리를 뿌리고 월계수잎을 올려준다. 그리고 준비한 대파와 양파, 마늘을 함께 올리고 가열한다. 뜨거운 증기가 더치 오븐 사이로 보이면 약불로 줄이고 10분 정도 더 가열하면 끝이다.
드디어 잘 익은 조개와 수육이 준비됐다. 멋진 저녁상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잔이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2년 만에 만났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곧 결혼할 후배의 관심사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할 캠핑에 대한 것이었다. 캠핑 시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또 아이들과 함께할 놀이와 아내를 위한 요리 등등. 술잔이 오갈 때마다 한 가지씩 가르쳐주었다. 멋진 남편, 다정한 아빠가 되려는 후배가 귀엽게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봄에 즐기는 우중 캠핑. 튼튼하게 설치된 텐트는 비바람에도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줬다. 요리 강의는 비 내리는 텐트 속에서도 계속됐다. 새우와 해삼 손질하는 법도 가르쳐 줬다. 남자끼리 수다는 모닥불과 함께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군대 이야기며 직장 상사 이야기, 그리고 가족들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비가 그치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없는 캠핑은 간편하고 편리하다. 신경 쓸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 때면 집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났다.
다음 날 아침. 비는 그쳤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햇살도 좋아 어젯밤 젖은 텐트와 침구류는 금방 말랐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어제도 그랬듯 우리는 번개 같은 속도로 정리를 끝냈다. 동료들과 헤어지기 아쉬웠다.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또 그리워지면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후배도 선배로부터 배운 텐트 치는 요령이며 요리를 아내와 아이들에게 꼭 실천해 멋진 남편,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2시간 넘게 운전하면서 난 마음속으로 바랐다. '내가 행복한 만큼 다들 행복했으면….'
이원곤(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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