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A씨는 2년 동안 일했던 어린이집에 사직서를 냈다.
건강을 이유로 사직서를 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장시간 근로에 지쳤던 탓이었다. A씨는 2년 동안 오전 7시 30분 출근해 오후 8시 이후에 퇴근해야 했다. 토요일 근무도 다반사였다. 토요일에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일해야 했다. 개인 여가 시간은커녕 집에 가서 씻고 자기 바빴다. 그럼에도 A씨가 받은 월 급여는 120만원 남짓. A씨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었는데 장시간 일하다 보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 일을 그만두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이 과다한 업무에 녹초가 되고 있다. 장시간 근로는 예사인데다 쥐꼬리 급여에 신음하고 있는 것. 결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근로'임금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임금, 퇴직금 및 각종 수당 체불로 어린이집 28곳, 유치원 5곳에서 민원이 제기됐다. 노동청에 접수된 민원 내용을 보면 근로시간 과다와 수당 미지급이 주를 이뤘다. 하루 근로시간이 15시간에 이르는 곳도 있었으며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민간 유치원에서 근로시간을 위반하는 것은 물론 야간'휴일 수당 미지급 등 불법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며 "지난달 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 및 대구에 있는 사립유치원 203곳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현장 실사를 위해 다음 달 10일까지 대구경북 어린이집 90곳의 근로'임금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근로시간, 최저임금, 체불임금 등을 확인한 뒤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조치할 계획이다. 어린이집은 대구에 1천561곳(1만1천348명), 경북에 2천162곳(1만3천470명)이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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