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행학습 금지' 기대반 우려반

박 대통령 대선공약 재차 강조…일선학교 "지킬 수 있을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이 금지되고, 상세한 내용을 담은 '친절한' 교과서가 개발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 관련 대선공약이었던 이 내용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반응이 다수지만 일부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 내신 시험뿐 아니라 고입'대입 시험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서지 않게 문제를 출제해 선행학습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의 핵심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시험에서 선행학습 부분을 내지 않겠다고 하면 실제로 지켜야 한다"며 "그래야 사교육 문제에 대해 질서가 잡힌다"고 했다.

실제 학교시험과 고입, 대입시험의 출제 내용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16일 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과 함께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각 대학들이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개 서울 주요 대학의 2013학년도 논'구술 전형 문제를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 논술 문제 3개 중 1개는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 수준으로 출제된 문제였다.

선행학습은 사교육 시장의 주요 상품이다. 심지어 초교생에게 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업체까지 등장해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고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해 참고서가 필요 없는 '친절한 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대선 때 약속을 다시 언급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방침을 대체로 반기면서도 일부에선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포산고 김호경 교장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학교에서 시험을 시행할 때 지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교사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고교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 교사)은 "교과서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자는 주장은 좋지만,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고 쉬운 수능을 실현하겠다며 사실상 EBS 교재로 교과서를 대체해버린 현실부터 먼저 타개해야 한다"며 "11월에 수능시험을 치는 등 대학입시 일정 탓에 고3 2학기에 정상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인데 선행학습을 무조건 금지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입시 업체 관계자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하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고 그 고교에 가려면 선행학습을 안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 같은 방침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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