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시1-누가 알아줄 수 있으리

김연선(대구 중구 동인3가)

깊은 청산에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깊은 청산에

청송이 높다 한들 넝쿨이 길다 한들

뿌리만큼 깊을 수 있으랴

거무칙칙한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희미한 빛 한줌에 의지하는

뿌리에 비교할 수 있으랴

꽃이 피어난다 한들

시초는 뿌리부터 시작되오니

그 또한 쓸모없다 아니할 수 있을까

땅속 깊게 솟아 미동조차 없이

지상을 바라보며 꽃을 피웠구나

밑에서 바라본들,

어디 안 쓸쓸할 수 있겠더냐

허나 하염없이 흘러간 세월

누가 알아줄 수 있으리

푸른 들판이 알아주리

오동나무가 알아주리

애절하게 부르건만

어느 누가 날 알아주리

하지만 다음 생에는 꽃 피워

하염없이 즐겁게 살고 싶구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