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카프카에서 카프카로

카프카에서 카프카로/모리스 블랑쇼 지음/이달승 옮김/그린비 펴냄

모리스 블랑쇼는 20세기 후반 문학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놓은 소설가이자 평론가, 사상가이다.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 외에는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익명의 은둔자로 살고자 했던 그의 뜻과는 달리, 푸코, 데리다, 라캉, 들뢰즈 등 20세기 후반의 세계 사상계를 주도했던 프랑스 철학자들은 언어와 윤리에 대한 블랑쇼의 성찰을 끊임없이 언급했고, 그로 인해 블랑쇼는 해체와 탈구조주의 비조(鼻祖)로 알려지게 됐다.

이 책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완역되는 책이다. 카프카는 블랑쇼가 생각하는 문학의 실존적 경험을 가장 탁월하게 드러내는 작가였으며,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읽힐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무한한 작품이었다. 블랑쇼는 치열한 서술과 주석을 통해 카프카 문학의 핵심으로 돌입한다. 카프카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삶이 드러난 일기와 편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카프카의 사유와 작품과 작가의 삶이 맺고 있는 관계, 더 나아가 카프카에게 문학이란 무엇인지를 밝혀낸다.

블랑쇼는 "문학은 모순과 불화의 장소이다. 문학에 가장 깊숙이 얽매인 작가는 또한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가장 극심하게 느낀다. 자신의 문학적 소명을 확신한 카프카는 문학을 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쓴다. 카프카는 글쓰기라는 기도의 형식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모리스 블랑쇼 선집 간행위원회는 "우리는 그의 언어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학문적,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우리 각자의 삶에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4쪽, 2만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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