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박근혜 정부의 지역정책에 대한 제언

5년 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터부시했던 용어가 두 개 있었다. '균형'과 '혁신'이다. 이전 참여정부의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그 대신'경쟁력','성장'이라는 용어가 애용됐고 지역정책 측면에서는 '5+2 광역경제권 차원의 경쟁력 강화'가 기본 전략으로 채택됐다. 반면 박근혜정부에서는'창조', '일자리'가 국가 정책의 대표 키워드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지역정책 분야에 몸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이 정책 분야만큼 부침과 기복이 심한 분야도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지역정책이 무엇이고, 그 목표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조차 중구난방, 백가쟁명이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필자는 최근 '한국 지역정책의 새로운 도전:효율과 형평의 동태적 조화'(산업연구원, 2012)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최근 새 정부의 지역정책에 관한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들리는 바로는 '주민', '복지'라는 용어가 선호되고 있지만 '균형'과 '광역경제권'이라는 용어는 터부시 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경우 지역정책은 또 한 차례 카오스적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퇴조다. 우리나라 헌법도 규정하고 있듯이 지역정책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목표는 지역 간 발전 격차 축소다. 그러려면 뒤떨어진 지역의 산업 육성에 상대적으로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비수도권의 혁신 역량과 글로벌화 기반 확충이 중요하다.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민', '복지'를 중시하는 단기적'정태적 관점에서는 이 과제가 간과되기 십상이다. 사실 '주민', '복지' 문제는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사회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맞는데 지역정책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별로는 내외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최적의 성장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MB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전략은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전략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마도 MB정부 지역정책의 대표 키워드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도의 공무원들도 '필요성은 인정되나 번거롭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마 광역경제권 전략은 착수된 지 채 4년도 안 되어 용도 폐기될 것이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가? 필자가 아는 학계 인사들 대부분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학계와 정책당국 간 소통은 참여정부 이후 줄곧 약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5+2 광역경제권 전략의 필요성, 타당성은 여러 측면에서 근거가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앞서 소개한 졸저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지역정책도 정부 정책의 여러 영역 중 하나인 만큼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반영하여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슬로건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정책의 정체성과 기본 목표마저 몇 년 주기로 뒤집혀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간 발전격차 해소와 지역의 내생적 발전기반 구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지역정책 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공식적인 정책 자료는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데, 이 문건은 여러 가지 과제를 나열한 정도이다. 이 중 지역정책과 관련된 것들을 부문별로 묶고 체계화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다. 즉 하위 과제로부터 귀납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상위 전략과 정책목표를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목표와 추진 전략이 정리되면 전략별로 필요성이 높은데도 빠진 하위 과제들을 추가로 채워 넣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박근혜정부 지역정책의 비전(최종목표)으로 '지역의 창조적 균형발전을 통한 주민행복 증진과 국민통합'을 제안한다. 5대 추진 전략으로는 '지역특성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도시계층 간 상보적 발전시스템 구축', '성장'고용'복지가 조화된 지역산업 육성', '지역 혁신역량 및 글로벌화 기반 확충', '국토 3극(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문화관광 공동체 형성 및 교류 촉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기반 구축 측면에서 지역발전 추진체계 개편,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 지방의 자율'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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