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수제화협회'는 최근 대구시로부터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과거의 영화(榮華)를 회복하기 위해 10명의 수제화 매장대표들이 뭉쳐 마을기업을 꾸렸다.
우종필 대표는 "십수 년 전만 해도 중구 향촌동 등 시내 일원에 구두공장이 120군데가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홈쇼핑과 마트 등에 밀려 매장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협회는 공동매장을 만들 계획으로 마을기업을 신청해 선정된 것.
우 대표는 "3년 전 서울 성수동의 수제화 대표들이 마을기업으로 공동매장을 운영해 성공하고 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수제화 골목을 다시 살리겠다"고 했다.
이른바 돈이 되고, 또 돈이 '우선'하는 시장경제는 '경제 양극화'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에게 시장경제는 족쇄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이윤 추구보다는 공동체 내의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는 '사회적 경제' 활동이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마을 문제는 스스로 해결한다
대구는 2010년 마을기업 4곳이 선정돼 시범적으로 운영된 이래 2011년 26곳, 2012년 15곳이 추가로 선정돼 현재 45곳의 마을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시는 올해도 13곳을 선정해 총 58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초창기에 사업비 지원과 함께 재정과 경영, 교육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만들어진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는 40여 명의 안심지역 주민들이 출자한 마을기업으로 동구 율하동에 친환경 유기농매장인 '땅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에서 파는 농특산물은 인근 영천이나 경산, 청도 등지의 유기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들여온다.
또한 주민들이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나 직접 구운 빵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다 보니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뿐 아니라 이를 통해 주민들은 새삼 더불어 사는 재미를 느낀다. 안상진 사무국장은 "기존에는 같은 마을에 있어도 잘 모르고 지내는데 마을기업 활동을 통해 주민들을 많이 알게 되고 친분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나 생산자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0여 명으로 출발한 조합원이 지금은 290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안에 600명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팀장은 "앞으로 텃밭 사업을 좀 더 확대하고 농촌과의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우리동네 품앗이'(달서구 도원동)는 엄마들의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1년부터 알음알음 주부들끼리 방과 후 학교 형태로 진행하다 마을기업으로 출발해 정식으로 품앗이 형태로 육아를 보기로 한 것이다. 현재 20가구 정도 모여서 품앗이 형태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최민정(34·여) 씨는 "이곳에서는 일반 어린이집에서 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한 예로 매일 아이들과 숲에 가서 뛰어노는 등 엄마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들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엄마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것. 또한 엄마들의 친분도 자연스레 두터워지는 효과도 있다.
마을기업지원센터 이원석 팀장은 "마을기업은 기존의 틀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마을 내의 여러 가지 문제나 욕구 등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에서 출발한다"며 "앞으로 법령이 제정되면 마을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로 결성
사회적 경제의 또 다른 형태로 최근 인기를 끄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업종과 분야에 관계없이 5인 이상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협동조합 결성이 잇따르고 있다. 시는 한국방과후학교협동조합과 대구경북교통카드판매인협동조합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2곳의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수리했다. 분야별로는 유통 7곳, 교육 5곳, 미용 2곳, 기타 9곳이다. 협동조합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 계층들이 스스로 뭉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설립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사회적기업도 꾸준하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약자 계층을 고용하거나 이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지정되고 있다. 현재 제조업과 공연, 식품유통, 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은 2011년 30개, 2012년 40개에 이어 올해 19개로 총 89개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대구의 사회적기업은 2011년 7개, 2012년 7개, 올해 2개로 모두 16개가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은 1년마다 재심사를 해서 2년 내에 고용노동부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계수나무'(수성구 지산동)는 올해 3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이 기업은 야생초와 관련해 강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재옥 대표는 "55세 이상의 취약계층이나 장애인들이 강사 자격증을 따도록 지도하거나 취업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유럽식 자본주의의 모델이다. 시장경제로 인한 경제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그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의 모델이 주목받게 됐다.
대구시 고용노동과 김태익 과장은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은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공동체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모델"이라며 "사회적 경제는 자립경제를 통해 시장경제의 폐해를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는 걸음마 단계라 보완할 점이 많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주체들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비전문가들이 모여 조직하다 보니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나 시스템이 열악한 것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체계적인 지원시스템도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마을기업의 경우 안전행정부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직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 마을기업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사회적 경제 모델이 활성화되면 일반 시장이나 기업 등과의 시장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어떻게 적절히 조절하는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지역의 경우 경제토대가 약하다 보니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대안 경제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서울처럼 기업 위주의 기존 경제가 탄탄해야 대안경제도 그만큼 활성화된다"며 "앞으로 사회적 경제 모델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나 홍보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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