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우(44'대구 수성구 사월동) 씨는 시각장애 2급이며 목사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매년 자전거로 국토 대장정을 펼치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세상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무관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수십, 수백 차례 넘어지고 떨어지는 등 위험한 일이다. 목숨을 걸고 수천㎞의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장애인의 권익보장과 불우시설 청소년을 위해 1996년부터 '아름다운 여정'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 국토 대장정
"눈 앞에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펼쳐진 듯 흐릿하게 형체만 보이는 상태입니다." 석진우 목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다. 하지만 특수 안경을 끼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다. 석 목사는 밝은 성격에 운동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2년 때 건강에 이상이 나타났다. 갑자기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진단 결과 '시신경 위축, 녹내장'이란 판정을 받았다.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1년 휴학을 했다. 하지만 시력은 점점 나빠졌다. 결국, 자퇴를 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극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19세 때 대구대 부설 광명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방황을 계속하던 때 주변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 종교에 의존했다.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쳤다. 목사가 되기로 결심, 어려움 끝에 대구신학대를 거쳐 서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까지 마쳤다.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목사가 됐다.
◆어려운 청소년 위해 후원금 복지시설 기부
대학원 졸업 후 대구공업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 분야와 목회를 접목한 교회를 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개선을 위해 큰 결심을 한다. 시각장애인이 자전거로 전국을 돌며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싶었다. 마침내 2006년 4월 대구~서울 간 첫 자전거 국토 대장정 계획을 세웠다. 몇 개월 동안 체력훈련을 했다. 사회복지학과 학우들도 동참했다. 그는 아직도 첫 번째 도전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추풍령을 넘어갈 때 눈비를 맞으면서 온몸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날씨가 흐려 앞이 더 안 보이는 상태라 물구덩이와 모래 언덕을 피하지 못해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또 달렸다. 사투였다. 그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던 학우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중단하라'고 권유했다. 다리에 쥐가 나고 엉덩이가 짓무르는 등 체력의 한계에 직면했지만 일주일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중간 도착 지역마다 장애인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행사 후원금은 모두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꿈이 없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꿈을 키워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석 목사는 그 후 매년 4월, 장애인의 달에 '장애인을 위한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페달을 밟는다.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지난해는 4월 6일부터 11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서귀포에서 서울까지 장애청소년을 위해 희망의 대장정을 펼쳤다. 올해는 3월 31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943㎞의 4대강 투어에 도전했다. 팀이 구성되지 않아 홀로 달렸다. 길 안내를 하면서 함께 달려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은 컸다. 이정표를 잘 볼 수 없어 늘 1, 2시간은 길을 찾아 헤매기 일쑤였다. 마지막 날에는 산길에서 8㎞를 헤매며 넘어지고 언덕으로 굴러떨어지는 등 위험한 고비도 넘겼다. 올여름에는 미국 대륙횡단 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장애청소년, 불우청소년에게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면서 꿈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행사이지만 후원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석 목사는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사회인이며, 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사회에서 무관심과 차별을 당하며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장애인을 돕는 것은 여유가 있을 때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현재 비장애인이라 해서 장애인이 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지 않은가?"라며 "장애인과 함께하는 이 행사가 아름답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후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후원계좌는 대구은행 141-13-047479 석진우(010-5444-8947).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