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불빛에서 멀어진 시골에는 별들이 참 잘 보입니다. 마치 검은 비로드 위에 박아놓은 다이아몬드처럼 밤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별 하나에 이름 하나를 붙이며 별을 노래한 시인도 있지만 이럴 때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 몇 개쯤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머리 위로 반가운 별들이 보입니다. 북두칠성입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어렸을 적부터 알던 별.
별도 태어나고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밤하늘 같은 자리에 항상 빛날 것 같은 북두칠성도 몇십억 년 혹은 몇백억 년 후에는 그 빛을 잃게 됩니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야 별이라 부를 수 있지요. 우리 태양계에서 유일한별인 태양은 지금부터 약 50억년 후면 생명을 다하게 된다 합니다.
별은 성운이라는 곳에서 태어납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원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자신의 중력으로 뭉쳐진 성운은 엄청나게 뜨거워져 내부온도가 1천만℃에 도달하게 되면 빛을 내는 별이 됩니다. 내부로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압력과 뜨거운 온도에 의해 수소원자의 핵들이 헬륨이라는 원소로 변할 때 밖으로 분출되는 에너지가 바로 빛이지요.
이곳에 글을 써 온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매달 글을 쓰고 나면 한편을 완성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다시 다음 달 주제에 관해 고민을 시작합니다. 며칠간은 밥을 먹으면서도, 차를 타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생각에 빠져듭니다. 소재와 주제가 정해지면 또다시 며칠간 자료를 찾고 머릿속을 정리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글은 그 후에도 몇 번의 수정작업을 더 거치게 되지요.
글이란 주변에 널린 소재들을 결합시키는 일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이란 그것이 빛을 발할 때 태어나는 것 같고요. 그것은 고통과 환희의 과정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별처럼 말이지요. 수소원자와 수소원자의 핵이 합쳐지기 위해서는 전자기력이 반발하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엄청난 압력과 열이 필요하거든요. 빛을 발하는 글도 섞이기 힘든 소재들을 제대로 결합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심리적 압박도 한몫을 하겠지요.
별이 수소를 사용해 빛을 내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을 다 써버리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별은 크기에 따라 다른 운명의 길을 걷는다는 것입니다. 대략 태양처럼 중간 크기 이하의 별들은 나이 들어 부피가 쪼그라들더라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남아있는 수소를 서서히 태우며 사그라집니다. 태양보다 큰 별의 경우에는 수소를 태워 생성한 2차, 3차, 4차의 원소들을 차례대로 태워가다가 내부로 향하는 중력수축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엄청난 폭발로 생을 마감합니다.
글도 만일 작가라면 주변에 보이는 글감이 바닥날 때 좀 더 고차원적인 소재를 엮어 쓰겠지요. 이때 필요한 에너지와 압력은 평범한 글을 쓸 때보다 몇십 배의 열정과 압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수소로부터 만들어진 헬륨에서 탄소를 생성하는 핵융합반응의 온도가 1억도를 넘어서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태양 크기의 별들은 내부온도가 거기에 도달할 수 없기에 그러한 반응은 일어나지 않지만 태양보다 큰 별의 경우에는 철이란 원소가 만들어질 때까지 그러한 과정을 계속합니다. 다른 소재들과는 융합될 수 없는 철과 같이 딱딱한 소재가 별의 내부에 만들어지게 되면 별은 더 이상 빛을 발할 수가 없습니다. 내부로 향하는 압력을 버티다 못한 커다란 별은 스스로 붕괴하여 장렬히 폭발하게 되지요. 이것이 찬란한 빛을 뿜고 사라지는 초신성입니다. 헤밍웨이와 로맹가리의 삶이 그것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큰 별의 끝은 끝이 아닙니다. 우주에 산산이 흩어지는 큰 별들의 잔해는 다른 별들의 씨앗이 됩니다.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더군요.
이제 지난해부터 시작한 '행복편지'를 맺어야 할 시간입니다. '시작과 끝'이 아니라 '끝과 시작'이란 말에는 여운이 있어 좋습니다. 매정하고 단절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하고 연속된 느낌이 드니까요. '끝과 시작'은 꿈과 희망이 움트는 순간입니다. 끝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시작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그동안 독자가 되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백옥경/구미과학관장 ogpai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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