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 문제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안 의원의 상임위는 우여곡절 끝에 보건복지위원회로 결정됐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의 제동으로 다시 원점에 서게 된 것이다. 강 의장이 여야가 합의까지 한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배정에 제동을 건 이유는 국회법 위반이다. 국회법(48조 2항)은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의원 본인이나 여야 원내대표가 아니라 국회의장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법을 어긴 것이다. 사소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악마는 사소한 데 둥지를 트는 법이다.
사실 국회 입성 이후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 안 의원이 보여준 태도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재'보궐 선거 당선자는 전임자의 상임위를 계승하는 국회 관례에 따라 노회찬 진보정의당 전 의원이 속했던 정무위원회로 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를 극력 피했다. 상임위 교환을 위해 다른 의원들을 상대로 상임위 교환을 수소문하거나 의사를 타진했다. 그 과정에서 상임위 교환을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알다시피 안 의원이 정무위를 피하고 있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 중인 안랩 주식 186만 주(1천170억 원 상당)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안랩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안 의원의 해명이지만 그렇게 명쾌하게 와 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 주식을 지키기 위해 상임위 맞교환이라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솔직한 느낌이다.
물론 생산적인 의정 활동을 위해서는 의원 개인이 원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상임위를 배정받는 것이 옳다. 그러나 상임위 배정 때마다 '노른자위' 상임위로 가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원하는 상임위'가 '잘할 수 있는 상임위'인지는 의문이다. 상임위 배정 경쟁에 사익(私益)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정무위 기피는 이런 의심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안 의원은 초선이지만 민주당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밀릴 만큼 중량급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새 정치'다. 하지만 그의 새 정치는 아직도 '말의 차원'에 머문 채 콘텐츠는 여전히 비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안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할 것이다. 안랩 주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 새 정치의 콘텐츠를 아무리 풍성하게 채운다 한들 진정성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
교착 빠진 한미 관세 협상…도요타보다 비싸지는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