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시여 왜 우리 가문을 부끄럽게 하십니까?" 세상의 모든 것을 주었다고 믿었던 자신의 아들이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후 붓다(깨달은 자)가 되어 고향을 찾았을 때, 아버지 정반왕이 탁발을 하며 생활하는 붓다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이것은 우리의 오랜 관습입니다." 붓다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우리의 가계는 크샤트리아 가계로 단 한 번도 걸식을 행한 적이 없습니다." 다시 정반왕이 물었다. "왕이시여! 그 가계는 당신의 가계이지만 나의 가계는 전생불에서 전해온 붓다의 가계입니다. 지금껏 수천의 붓다들은 걸식으로 삶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시 붓다가 대답했다.
스물아홉의 나이로 출가한 지 비로소 12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붓다와 아버지 정반왕의 첫 만남이었다. 붓다가 카필라 성을 방문한 지 7일째, 붓다가 공양을 마치고 성을 떠나려 하자 그의 아내였던 야소다라는 아들 라훌라에게 붓다에게로 가서 "너의 유산을 달라"고 하라고 말했다. 라훌라는 붓다에게 말했다. "사문이시여 당신의 곁에 있으니 즐겁습니다." 붓다는 이 말을 듣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라훌라가 붓다를 따라가며 말했다. "사문이시여 저의 유산을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붓다는 그의 제자를 불러 라훌라를 출가시켰다. 그러자 다시 정반왕이 붓다를 찾아왔다. "세존이시여! 저는 당신께서 출가하실 때,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이제 손자인 라훌라마저 출가하니 저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자식에 대한 애정이 제 피부를 도려냅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원하건대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은 아들의 출가를 받지 말아 주십시오." 붓다께서는 왕에게 법문을 베푸셨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은 아들을 출가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이는 악한 행동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2년 전 부처께서 태어나신 룸비니 근처의 유적지를 돌면서 인간 붓다를 보았다. 아들로서의 붓다. 아버지로서의 붓다.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붓다가 그곳에 있었다. 붓다가 고향에 돌아와 자신이 자랐던 왕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성 밖 쿠단에 머물며 탁발을 하며 지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그의 깨달음이 한 가계의 영광이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버지와의 첫 번째 대화는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라훌라의 출가에 이은 대화에는 부모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자신이 출가한 후, 남편을 따라 하루에 한 끼만을 먹으며 사치를 금했던 아내 야소다라가 자신의 발에 입을 맞추었을 때, 붓다는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스물아홉의 나이가 되도록 자신을 키워준 이모 마하파자파티 왕비가 금란가사를 지어 바쳤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모가 되어봐야 자식의 도리를 알 수 있다는 세속의 말로 붓다를 이해하려 든다면 불온하고 불손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반왕이 묻혀 있다는 무덤에는 낯선 여행자를 따라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어쩌면 저 아이들도 자라 세상에 나온 이유를 묻게 될 것이고 살아갈 이유를 묻지 않을까?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갈 길 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비에 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껴 우네.(패티김 초우)
살아오면서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세 아이를 홀로 키우기에 급급했던 어머니에게 라디오는 그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가 패티김이 부른 초우를 듣다가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아무런 이유없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그 노래에 있었을까? 해서 하나뿐인 아들에 대한 애착이 더 컸는지도 몰랐다. 겨울 내내 아들의 징역살이를 아파하면서 방에 불을 넣지 않고 지냈던 당신이 면회를 왔을 때, 그 아들은 검사의 회유에 넘어가지 말라며 나는 이미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 긴 겨울의 끝에 어머니는 앓아누우셨다. 그리고 스스로 무덤을 만들며 정신을 놓으셨다. 당신이 계신 병원의 뜰에 가득 피었던 목련은 무심하게 져버렸다. 지키지 못한 젊은 날의 신념 끝에 당신의 슬픔이 잠겨 있는 오월, 때늦은 참회가 흐느껴 운다.
전태흥 미래TNC 대표사원 62guev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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